강원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진화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인제군 등 5개 시·군은 지난 6일 응급대책, 재난구호, 복구에 필요한 행정 금융 등 특별 지원을 받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열악한 소방 인력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SNS에서는 까맣게 그을린 마스크 사진이 공유됐다. 최전선에 나서 산불과 싸운 ‘숨은 영웅’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원이 착용했다는 방진 마스크다.

특수진화대원은 산사태, 병해충, 산림 훼손 등 산림 업무 대부분에 참여할 뿐 아니라 큰 산불이 발생했을 때 산 속으로 들어가 진화하는 ‘수색대’ 역할을 한다. 산림청은 지난 2016년부터 특수진화대를 자체 채용하고 있다. 현재 전국 5개 지방청과 20여개 관리소에 소속된 특수진화대는 총 330명이다.

▲ 4월5일자 서울신문 3면.
▲ 4월8일자 서울신문 3면.

서울신문은 “특수진화대원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며 일당 10만원을 받는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수당만 수령하고 별도의 성과급과 다른 수당은 없다. 월급은 200만원도 되지 않고 퇴직금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무엇보다도 이들은 1년마다 새로 모집돼 늘 고용불안 상태에 놓여 있다. 때문에 이번 산불을 계기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산불 특수진화대의 전문성을 키우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분명하다”는 산림청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청원이 게재됐고 청원 동참 인원은 7일 만에 16만명을 넘어섰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이미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으나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 4월5일자 국민일보 4면.
▲ 4월8일자 국민일보 4면.

국민일보는 “소방공무원 대부분은 지방직 공무원으로 시·도소방본부에 소속돼 있다. 5만명이 넘는 전체 소방공무원 중 국가직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지방직의 문제는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 인력과 장비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인력도 확보하지 못해 격무에 시달리거나 장비가 부실해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주로 인력 확충이나 장비 개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 강원 산불은 전국적이고 즉각적인 화재 대응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국가직 전환에 또 하나의 명분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등도 관련 소식을 기사나 사설에서 다뤘다.

한편 언론의 이번 산불 진화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민일보(소방차·소방관 5배↑… 양양 산불보다 19시간 빨리 진화)는 “강원 고성·속초 산불 진화 대응은 14년 전 같은 기간에 발생한 양양 낙산사 화재와 비교할 때 19시간이나 완진 시간을 단축했다. 파견된 소방 인력과 차량도 5배나 늘었다”며 “신속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2017년 7월 소방청 개청 이후 대형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체제를 정립했기 때문이란 평가”라고 전했다.

△소방청은 4일 오후 9시44분 화재 비상 최고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 가용 소방력 총동원 명령 △4일 밤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 상황판단회의(오후 8시30분, 오후 11시30분)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 가동(0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회의 주재(0시25분) △중대본부장 현장 브리핑(오전 3시) △국가재난사태 선포(오전 9시) △중앙수습지원단 운영(오후 5시) △6일 5개 시·군 특별재난지역선포(오후 12시33분) 순으로 정부 대처가 기민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 대응의 허술함과 노후 장비 등 재난 대응 시스템 문제도 지적된다. 우선 강풍이 불 때나 야간에 띄울 산불 진화용 헬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초기 진화에 실패한 이번 산불이 고성 천진해변과 속초시내 등 두 갈래로 퍼졌음에도 ‘아날로그식’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 4월5일자 경향신문 1면.
▲ 4월8일자 경향신문 1면.

한국일보는 “봄철 산불이 연례행사가 됐음에도 현재 강원소방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구조용 소형헬기 2대뿐이다. 전국적으로 산불진화에 가용할 수 있는 헬기는 산림청 소속 47대와 지자체가 민간인으로부터 임차한 66대 등 157대지만, 이마저 정비에 들어가는 헬기가 적지 않아 화재 진화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특히 이번처럼 해가 지고 난 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출동할 수 있는 헬기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했다. 야간침투비행능력을 갖춘 일부 군 헬기 활용의 경우 작전용 헬기를 용도에 맞지 않는 곳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전했다.

경향신문도 산불 대응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 필요성을 제기했다. 헬기 등 장비 확충 문제와 더불어, 소나무 등 침엽수가 대형 산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복구 과정에서 활엽수 비중을 늘려 산불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방안이 나온다. 이번 산불 피해 지역 80~90%는 소나무 등 침엽수가 밀집한 곳이라는 점에서 산불 등 각종 재해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산림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난 보도 문제점도 거듭 지적되고 있다. 지난 4일 밤 늑장 특보로 뭇매를 맞은 공영방송은 수화 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비판 받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성명을 통해 “4일 밤 화재가 발생한 지역의 청각장애인들은 10시간 가까이 제대로 된 재난 대피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됐다”고 비판했다.

긴급재난문자가 한국어로만 제공돼 외국인들이 산불 관련 정보를 알 수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행정안전부 재난정보통신과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긴급재난문자의 경우 해당 지역 기지국 내에 통신 중인 휴대폰에 일괄적으로 문자를 뿌리는 것이라 수신자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일일이 구분할 수 없다”며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에게 재난 정보를 보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4월8일자 한국일보 3면.
▲ 4월8일자 한국일보 3면.

경찰은 5일 국과수에 고성 산불 원인이 된 전신주 개폐기와 전선의 감정을 의뢰했다. 한국일보는 “피해가 컸던 고성·속초 화재 발화장소인 전신주 개폐기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드러날 경우 관리자인 한국전력을 상대로 한 주민들의 줄소송이 이어져 막대한 규모의 손배소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86명이 사망하고 가옥 및 건물 1만4000여채가 소실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의 경우,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이 지난달 28일 발화 책임을 인정하며 “회사 측이 무려 105억달러(11조9490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고 주주들에게 공지했다.

“5·18 때 공군 수송기, 김해로 ‘시체’ 옮겼다”

76명의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를 찾을 수 있을까. 5·18민주화운동 기간 계엄군이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광주 외부로 ‘시체’를 운반한 기록이 담긴 문건이 나타났다. 8일자 경향신문이 ‘소요진압과 그 교훈’이라는 군의 3급 비밀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 가운데 1980년 5월25일 ‘김해~광주’를 운항한 수송기 기록 옆에 ‘시체(屍體)’라고 적혀 있다. 경향신문은 “김해로 옮겨진 ‘시체’는 군인 사망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중 영남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는 없었기 때문”이라며 “군은 임무수행 중 사망한 군인은 죽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영현(英顯)’으로 기록하며 ‘시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문건이 육군본부가 5·18민주화운동 1년 뒤인 1981년 6월 ‘광주사태의 종합분석’이라는 부제로 243권만 만들어졌으며, 문건 110쪽에는 5·18 당시 공군 수송기 지원 현황과 수송 물품 등이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 4월8일자 경향신문 5면.
▲ 4월8일자 경향신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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