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 화재 사고로 주목을 받는 ‘소방관의 손’ 사진은 조작된 이미지였다.

페이스북 등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소방관의 손’ 사진이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한 소방관의 손바닥에 동전만한 물집이 여러개 잡힌 사진이다. 이 사진은 ‘속초 화재 소방관의 손’ ‘이번 화재참사 영웅’ 등의 설명과 함께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페이스북에 해당 이미지를 이번 화재 사고라고 설명한 게시글을 공유하며 소방관 처우 문제를 지적했다.


▲ 인터넷 커뮤니티(왼쪽)와 SNS에 유포되고 있는 속초 화재 소방관의 손 사진.
▲ 인터넷 커뮤니티(왼쪽)와 SNS에 유포되고 있는 속초 화재 소방관의 손 사진.

▲ 속초 화재 당시 소방관 모습을 모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진. 실제 이번 화재 당시 소방관의 모습과 뒤섞여 있다.
▲ 속초 화재 당시 소방관 모습을 모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진. 실제 이번 화재 당시 소방관의 모습과 뒤섞여 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이번 화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이 사진을 검색하면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나온 사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2018년 6월 중국 화재 당시 소방관의 사진이다.

누가 이런 조작된 정보를 퍼뜨렸을까. 국내에서 해당 사진이 유포된 게시글을 시간 순으로 추적해보면 인터넷 매체 인사이트 보도를 기점으로 확산됐다.


▲ 지난해 중국 인민일보 기사 갈무리.
▲ 지난해 중국 인민일보 기사 갈무리.

4월5일 오전 11시 인사이트는 “손가락 타들어 가도 화재 진압 끝까지 멈추지 않았던 소방관이 공개한 사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오후 3시 이 뉴스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주민들이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는 소방관의 말을 부각했다. 이 페이스북 기사는 2만8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르며 주목을 받았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하며 사진을 보여준다. “초대형 산불이 강원 고성 속초 일대를 덮쳤다. 정부는 오전 9시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수 많은 소방인력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이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위험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모습이 속속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 인사이트 기사 페이스북 게시글. 2만명이 넘는 누리꾼이 좋아요를 눌렀다.
▲ 인사이트 기사 페이스북 게시글. 2만명이 넘는 누리꾼이 좋아요를 눌렀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번 화재 때 소방관 모습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인사이트는 그 다음에서야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이머저(Imgur)에 화재 진압을 마친 한 소방관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며 뒤늦게 해당 사진이 중국 사진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 기사는 사실관계가 틀리지는 않았지만 ‘중국’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 언급해 기사를 클릭하지 않고 SNS에서 썸네일만 보거나 기사 초반부만 읽을 경우 오해를 유발시킨 측면이 있다. 실제 누리꾼들이 유포한 이미지 가운데는 인사이트 기사 본문을 캡쳐한 이미지가 적지 않았다. 인사이트가 오해를 유발했고 누리꾼들이 속아서 유포를 한 것이다.


▲ 2018년 6월 인사이트 기사.
▲ 2018년 6월 인사이트 기사.

인사이트는 기사 본문에 ‘최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됐다’며 시의성이 있는 이슈처럼 설명했지만 이 내용은 지난해 6월10일 인사이트가 기사로 다룬 적 있다. 소방관 관련 키워드가 화제가 되자 시의성이 있는 것처럼 꾸며 다시 기사를 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한 허위정보는 또 있다. KBS는 지난 5일 팩트체크를 통해 이번 산불 위성사진이라는 설명과 함께 유포된 산이 붉게 물든 이미지가 2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 피해 현장 사진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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