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부터 시즌2로 방송을 재개한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연출 박진경 권해봄, 이하 ‘마리텔’)은 여러 방면으로 파장을 낳은 프로그램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마리텔’은 요리연구가이자 사업가인 백종원을 방송가에 전면적으로 불러낸 첫 방송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이전에도 백종원은 단발적으로 방송 출연을 한 경험은 있었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백종원이 단순한 게스트를 넘어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호스트’의 자질이 있음을 본격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방송이었다. 이외에도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을 추억 속에서 소환한 것은 물론 마술사 이은결, 헤어 디자이너 차홍 등을 호출하며 방송가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하지만 ‘마리텔’은 단순히 새로운 방송계의 아이콘을 발굴하는 것에 그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마리텔’은 지상파-케이블 방송으로 대표되는 ‘올드 미디어’와 아프리카TV와 유튜브, 트위치와 같은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뉴 미디어’가 본격적으로 융합하는 양상을 최초로 드러낸 프로그램이었다.

‘마리텔’ 이전에도 1인 크리에이터를 방송의 영역으로 불러온 프로그램은 적지 않았다. 특히 온게임넷을 비롯한 게임 전문 채널들이 적극적이었다. 2007년에 방송했던 ‘MC는 괴로워’나,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제작되었던 ‘G맨 : 게임종결자’를 비롯한 게임 예능 프로그램들은 인터넷 방송으로 유명세를 알린 1인 크리에이터들을 프로그램의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포맷의 측면으로도 인터넷 방송의 중요한 속성인 ‘실시간 의사소통’을 그대로 프로그램에 채용하였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비록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지 못했지만 철저히 분리된 것으로 보였던 1인 크리에이터와 TV 방송의 경계가 점차 해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선언이었다.

 

▲ MBC 마이리틀텔레비전2.
▲ MBC 마이리틀텔레비전2.

1인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영상 콘텐츠들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송이 쉽게 시도할 수 없었던 ‘시청자와의 실시간 의사소통과 빠른 반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TV 방송을 비롯한 전통적인 영상 매체는 실시간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거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것은 물론 경제적-문화적 자본의 차원에서도 다른 매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우위에 서있다. 온게임넷에서 제작했던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가 경계를 넘어 서로 만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드러냈다면 ‘마리텔’은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두 영역의 미디어가 하나의 완성된 포맷으로 화학적인 결합이 가능함을 입증한 본격적 사례였다.

 

하지만 ‘마리텔’이 개별적인 프로그램의 차원에서 일정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방송사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물론 ‘마리텔’의 성공은 분명 모든 방송사에게 자극을 주었다. ‘예띠TV’, ‘어서옵SHOW’, ‘덕화TV’ 등 1인 크리에이터 방송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런칭했던 KBS를 비롯해 EBS ‘대도서관 잡쇼’, SBS ‘가로채널’, JTBC ‘랜선라이프’ 등의 프로그램들에서는 ‘마리텔’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전유하기를 원하는 욕구가 그대로 묻어난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과거 온게임넷이 시도했던 실험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저 유명 크리에이터를 방송의 게스트로 초청하거나, 역으로 유명 연예인을 1인 크리에이터로 포장하여 빠르게 주목을 얻길 바랄 따름이다.

특히 지난 3월 26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콜롬비아 대표팀 간의 평가전에서 MBC가 유명 1인 크리에이터인 ‘감스트’를 해설위원으로 불렀다가, 여러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만든 사건은 MBC 또한 ‘마리텔’ 이외의 프로그램에서는 타 방송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자세로 1인 크리에이터를 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단순히 방송에 1인 크리에이터를 초청하는 것도, 그저 방송을 1인 크리에이터로 끌어들이는 길이 아니라 각 영역의 영상이 지닌 특성을 융합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마리텔’의 시즌2 방송 시작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식이지만 동시에 ‘마리텔’을 답습하는 이상으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포맷을 실험하기 어려운 TV 방송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단면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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