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at all those women!”

한 외신 기자가 청와대 트위터 영문계정(@TheBlueHouseENG)의 트윗을 리트윗하며 남긴 메시지. 청와대 트위터 영문계정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날 행사에 참여해 남긴 축사를 인용하고 현장 사진 두 장을 첨부했다.

한 장은 당연 문 대통령이 축사하는 장면이었다. 또 다른 사진은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헤드 테이블의 행사 VIP급 인사들이었다. 외신 기자는 현장 사진 속의 여성들을 주목하라고 했지만 정작 여성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외신 기자 메시지는 여성 언론인들이 소외된 현실 또는 남성이 전유하는 신문 언론의 현실을 꼬집는 듯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의날 행사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이병규 신문협회장, 문재인 대통령, 김종구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방상훈 신문협회 고문.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의날 행사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이병규 신문협회장, 문재인 대통령, 김종구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방상훈 신문협회 고문. 사진=청와대
이 외신 기자 트윗을 SNS에 캡처 공유한 한 종합일간지의 여성 간부는 외신 기자 메시지를 “너무 익숙한 광경이어서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냈다”고 했다. 외신 기자 트윗이 아니었다면 다들 문제 의식 없이 지나쳤을 “익숙한 광경”이었다.

이날 행사에 문 대통령이 앉은 헤드테이블에는 주최 측인 이병규 한국신문협회장, 김종구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과 방상훈·송필호·장대환 한국신문협회 고문,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이재진 한국언론학회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등이 배석했다.

언급된 인물 모두 남성이고 이들은 문 대통령 축사를 연단 바로 앞 테이블에서 기립해 경청했다. 현장에 여성이 전무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신문을 대표하는 각 협회장과 고문들, 유관기관장이나 초청받은 VIP급 인사들이 모두 남성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신문사 편집권은 오랫동안 남성이 전유해왔다. 서울신문과 경향신문, 세계일보 편집국장이 동시에 여성인 적 있었는데 불과 3년여 전 일이다. 이들 모두 각사에서 창사 최초 여성 국장이었다.

당시 한국여기자협회는 “해마다 신입 여기자의 수는 크게 늘고 있지만 여성 보직부장 수가 여전히 적은 상황에서 동시에 국장이 세 명 탄생했다는 것은 언론사의 조직 문화는 물론 언론인의 시대상이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에서도 지난 2017년에야 최초 여성 편집국장을 임명했다.

▲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의날 행사에 참석한 VIP급 인사들. 왼쪽부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필호 신문협회 고문, 장대환 신문협회 고문,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이병규 신문협회장, 문재인 대통령, 김종구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방상훈 신문협회 고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민병욱 언론재단 이사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사진=청와대
▲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의날 행사에 참석한 VIP급 인사들. 왼쪽부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필호 신문협회 고문, 장대환 신문협회 고문,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이병규 신문협회장, 문재인 대통령, 김종구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방상훈 신문협회 고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민병욱 언론재단 이사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사진=청와대
신문법이 보장하고 있는 편집의 자유와 독립, 즉 편집권은 신문사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권한이지만 상명하복식 신문사 조직 문화와 명확한 서열 체계 속에 남성 간부들의 권력과 책임으로 동일시돼 왔다.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겪게 되는 경력 단절이 신문사라고 다르지 않다.

여성 인권 신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성 편집국장이 배출되는 등 신문사 유리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지만 신문사를 지탱하고 있는 사주들의 인식과 권력을 전복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청와대 트위터 영문 계정이 인용하기도 한 문 대통령의 신문의날 축사는 다음과 같다. “신문은 우리 사회의 거울입니다. 국민과 국가의 힘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입니다. 그래서 국민과 정부의 목표, 신문의 목표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신문이 우리 사회 거울이라면 대한민국 사회는 더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

▲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의날 행사에 참석한 행사 주요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 축사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의날 행사에 참석한 행사 주요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 축사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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