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날 행사를 사진으로 대신했다.

문재인 대통령 신문의날 행사 때 나온 메시지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장자연 사건을 지목해 엄정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터다. 조선일보는 사주인 방상훈 사장이 나온 사진을 싣지 않았다. 방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었는데도 문 대통령과 함께 나온 사진을 쓰지 않은 것도 고심이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문의날 행사 인사말에서 신문에 대한 신뢰를 언급하며 쓴소리를 내놨다. 신문의날 축하 행사에서 주최 측을 사실상 질타하는 이례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언론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과 관련해 “언론자본과 광고자본, 사회적 편견, 국민을 나누는 진영논리, 속보 경쟁 등”을 꼽았다. 또한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를 거론하며 “이는 신문과 신문인에 대한 신뢰를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심각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 신문은 존경받는다.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기초로 한 비판, 국민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설정은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다. 그럴 때 국민의 이익이 커지고, 대한민국이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말하면 현재 언론, 신문이 국민을 대변하지 못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일보는 신문의날 행사 기사를 별도로 싣지 않고 6면에 “文대통령, 63회 신문의날 축하연 참석”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실었다. 사진설명으로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날 기념 축하연에서 이병규(왼쪽) 한국신문협회장, 김종구(오른쪽) 한국신문방송편집인 협회장과 함께 기념 떡을 자르고 있다”고 썼다. 사주인 방상훈 사장이 신문의날 행사에 참석했는지 여부는 조선일보만 보면 알 수 없는 셈이다.

▲ 조선일보 5일자 6면 사진.
▲ 조선일보 5일자 6면 사진.
조선일보의 신문의날 행사에 대한 보도는 다른 신문과도 확연히 비교된다.

국민일보는 문재인 대통령 신문의날 행사 메시지와 함께 문 대통령 단독샷으로 축사를 하는 사진을 실었다. 동아일보도 10면에서 “신문 역할에 대한 국민기대 줄지 않아”라는 제목으로 문 대통령 발언을 전하는 기사를 싣고,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이병규 한국신문협회장, 문 대통령, 김종구 한국신문방송편집협회장이 기념떡을 자르는 사진을 옆에 배치했다.

서울신문 역시 문 대통령 발언 기사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 방상훈 사장(한국신문협회 고문) 등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실었다. 세계일보도 “신문은 국가의 힘 바로미터”라는 문 대통령 발언과 함께 방상훈 사장이 포함된 사진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 취임후 신문의날 행사 참석은 처음이다. 이재진 한국언론학회 회장,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필호 장대환 한국신문협회 고문,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 이병규 한국신문협회 회장, 문 대통령, 김종구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이라며 사진 기사를 실었다. 방상훈 사장은 사진에 없었다.

한겨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신문법 개정 요구 내용을 담은 기사와 함께 방상훈 사장이 포함된 신문의날 행사 사진을 실었다. 한국일보는 “문 대통령, 신문의날 기념식 첫 참석…‘진영 논리 등 대내외 도전 극복해야’”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특별하게 문재인 대통령과 방상훈 사장이 축하잔을 들고 둘이 건배하는 사진을 실었다.

과거 정부에서 개최된 신문의날 행사를 보도한 모습과도 대비된다. 조선일보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송희영 주필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자격으로 신문의날 행사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실었다. 지난해에는 신문의날 세미나 기사를 실었다.

▲ 지난 4월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3회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잔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이병규 신문협회장, 문재인 대통령, 김종구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 지난 4월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3회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잔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이병규 신문협회장, 문재인 대통령, 김종구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사주만 빠진 사진을 놓고 말들이 오갔다. 방상훈 사장은 행사 내내 문 대통령과 한 사람을 건너뛴 자리에 있었고 다른 신문에서는 두 사람이 건배하는 사진까지 실었는데 굳이 방상훈 사장이 있는 사진을 쓰지 않은 것은 의도가 담겨 있다는 후문이 돌았다.

문재인 정부와 대립 갈등하고 있는 조선일보인데 사주로서 문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을 원치 않았고, 특히 장자연 사건으로 시끄러운 마당에 자사 신문이라도 노출을 꺼려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한 기자는 “저도 의아하게 생각하긴 했다”면서 “원래 방 사장은 사내행사를 보도하는 우리 신문에 노출되는 것도 싫어한다. 신문의날 행사 사진은 경영기획실과 편집부 선에서 결정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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