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미디어 업계 등 반발 속에 임명된 박양우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정치권은 물론 박 장관을 결사적으로 반대해 온 영화계에서 특히 우려와 당부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박 장관을 만나 몇 가지 과제를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 장관을 만나 △체육계 폭력·성폭력 근본 대책 마련 △방송스태프 노동시장과 작가 표준계약서 등 개선 △빠른 시일 내 영화계 만나 우려 해소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관광산업 활성화 △전 정권에서의 블랙리스트 여파 해소 방안 등을 주의 깊게 살펴봐 달라고 주문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박 장관에게 “취임식에서 문화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꼭 지켜서 현장 중심 문화정책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신임 국무위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신임 국무위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라 체육계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신속·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방송스태프 등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영화인들 비판과 관련해서는 이날을 기준으로 다음주, 늦어도 그 다음주에는 시간을 내서 최우선적으로 만나려 하고 있다며 영화계 우려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박 장관 임명에 대한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박 장관 지명 소식이 전해진 뒤 청와대 농성을 진행했던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영대위)는 지난 2일에도 영화인 422명이 연명한 성명을 통해 “박씨는 영화산업 독과점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과 한국영화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침해해 온 재벌 대기업 거수기이자 로비스트였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문화산업 경제민주화 정책을 펴나가야 할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에 임명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박 장관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영화 유통·상영업 겸업 금지와 스크린 독과점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영화법’ 개정에 대해 즉답을 피한 것도 영화계가 우려를 지우지 못하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국회에는 대기업 상영과 배급 분리를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법)이 발의돼 있다. 영화계는 영비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배급·상영 겸업 금지 △멀티플렉스 전용관에서 60% 이상 독립예술영화 상영 △독립예술영화 상영 극장에 대한 영화발전기금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독과점 극장업(상영)과 영화유통업(배급)을 겸하는 CJ·롯데·메가박스 3개 기업이 전국 상영관의 92%, 좌석의 93.4%, 매출액의 97%(2017년 한국영화연감 기준)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CJ 사외이사 출신 장관에 반감을 보이는 이유다.

전국언론노조도 박 장관 인사청문회 하루 전날인 지난달 25일 성명에서 “미디어·문화산업에서 독점 지위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벌기업의 사외이사 출신 장관이 과연 대한민국의 문화다양성, 미디어다양성을 지키고 진흥하겠는가”라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적임자라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영대위는 박 장관이 현재까지 만남을 위한 연락을 취해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배장수 영대위 대변인은 “아직은 연락을 받은 바는 없다”며 “연락이 오면 만나서 국회 청문회 때 박 장관이 영화인들이 왜 반대하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을 했는데 정말 몰라서 그러는지 우리가 왜 반대하는지 명확하게 전하고 취임 후 (요구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시라”고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대위는 박 장관이 영화법 개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문체부가 추진해 온 ‘문화비전 2030’ 정책에 담긴 영화·문화 다양성을 위한 법적 제재 추진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배 대변인은 “1차로 임명반대, 2차 지명철회를 요구했으나 이제는 임명이 됐으니 잘 하라고 당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역대 문체부 장관들도 취임 후 이른 시일 안에 영화인들을 만났고 이런 약속도 했지만 지키지는 않았다”며 박 장관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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