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편의점이 3만개가 넘는 편의점 공화국이다. 기하급수적으로 편의점이 늘면서 편의점 노동 문제도 부상하고 있다.

조혜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5일 오후 서울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기업 비정규직 실태 연구 발표를 통해 편의점 가맹점주와 편의점 노동자, 본사 가맹본부와의 3자 교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편의점은 대기업 3사가 독점하는 구조다. 2017년 기준 사업자별 점유율은 GS25 33% CU 33%, 세븐일레븐 25%, 기타 9%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영이 아닌 가맹점은 97.5%에 달한다. 동네 슈퍼마켓이 사라지고 대부분이 대기업 편의점으로 재편되면서 자영업자들도 대기업의 감독을 받아 일하게 됐다.

▲ 충남에 위치한 한 편의점 모습.  ⓒ 연합뉴스
▲ 충남에 위치한 한 편의점 모습. ⓒ 연합뉴스

가맹점주는 사업자지만 노동자처럼 일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진열, 경영관리, 재고관리, 판촉 등 업무 전반을 본사 가맹본부가 총괄하고 점주들은 지침을 따른다. 포스기를 통한 중앙통제가 이뤄져 가맹점주가 임의로 상품을 바꾸거나 가격을 정할 수 없고 영업 시간도 마음대로 못 정한다. 수입 역시 본사에 보낸 다음 다시 배분받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가맹점이 시키는 걸 할 수밖에 없다.

조 변호사는 “자영업자 성격의 핵심은 사업 운영의 자율성과 독자성인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종속된 사업자들은 이 두가지 측면의 제약이 크다”며 “사업자와 노동자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고 사실상 노동자와 유사한 불안정 노동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 일관되게 인정하는 노동자성 판단 기준 가운데 ‘업무내용을 스스로 정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감독을 행사하는 점’은 편의점 가맹점주들에게 해당된다. 프랑스에서는 자율성이 배제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적 있고, 일본에서는 편의점 가맹점주 노동조합이 있다.

다만, 기본적인 지위가 자영업자이기에 사업자라는 성격을 무시할 수 없다. 조 변호사는 “성격이 혼재돼 있어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노동이 가맹본부에 종속되기에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섭에서 빼 놓으면 안되는 대상이 편의점 노동자다. 2017년 편의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고 답한 편의점 노동자가 55%에 달했다. 조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수당 책정 등에 있어 체계적인 노무관리 개념 없이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다. 혼자서 일하는 점이 좋은 면도 있지만 노동자를 고립되게 하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3자간 교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프랑스는 2016년 일정 규모 이상의 프랜차이즈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그리고 가맹점 근로자를 대표하는 3자로 구성하는 프랜차이즈 노사협의회를 설치하도록 입법했다.

조 변호사는 “편의점 노동자의 사용자는 가맹점주이나 전반적인 근로 여건이 결국 가맹본부에 종속된다. 따라서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간 교섭 뿐 아니라 편의점 노동자들까지 세 주체가 함께 교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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