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이 방송을 흡수하는 미디어 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가운데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티브로드 원·하청 노동자들은 5일 오전 11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위치한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태도를 비판하며 공정한 심사를 촉구했다.

지난달 28일 SK텔레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티브로드 합병 사전심사를 요청했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을 해온 유선 기반의 케이블과 인터넷 기반의 통신사 IPTV 간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IPTV가 대대적인 케이블 인수합병까지 추진하게 된 것이다.

▲ 티브로드 노동자들이 5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티브로드 노동자들이 5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박근혜 정부 때 SK텔레콤이 케이블 CJ헬로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불허했는데 이번 정부의 판단은 다를 가능성이 높다. 김상조 위원장은 “(인수합병이 불허된) 3년 전과는 같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통신사의 케이블 인수합병에 긍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정부와 국회에선 넷플릭스 등 해외 미디어의 공습을 이유로 강력한 국내 미디어 사업자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 과정에서 △지역성, 다양성, 공익성 확보 방안 △케이블방송 발전에 대한 방안과 활성화 계획 △ 원하청 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좋은 일자리 창출 위한 방안 등을 중점 심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석천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장은 “회사가 공정한 거래를 하는지 심사를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리 입을 짜맞춘 듯 얘기하는 게 공정위가 할 짓인가. 이러면 절차는 왜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두회사 합쳐서 노동자가 만명이다. 누가 계속 일하게 될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고용승계를 약속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용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임원들은 교섭 자리에서 티브로드 매각은 없다고 얘기해왔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를 기만하고 있다”고 했다.  

최성근 희망연대노조 부위원장은 “SK와 티브로드 뿐 아니라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졸속으로 심사해선 안 된다. 이 과정에서 CJ헬로에서 노조를 만들었지만 사측은 회유하고 협박하면서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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