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궐선거 결과를 다수 신문이 ‘집권여당을 향한 경고장’으로 분석했다.

경남 창원성산, 통영고성 등 두 곳에서 치러진 ‘미니선거’였는데 결과로는 범진보 대 범보수가 1석씩 나눠 가졌지만 내용에선 정권심판이었다는 뜻이다.

경향·한겨레, 민주당 완패·여당에 경고장

경향신문은 1면 “‘변해라’ ‘1년 뒤 총선서 보자’”란 기사에서 “창원성산에서 4일 만난 시민들은 총선을 1년 앞둔 정치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며 “후보 사퇴 형식으로 정의당에 선거를 양보했지만 민심에는 ‘정권 심판’ 정서가 짙게 나타났다”고 했다. 창원시민 임아무개씨는 경향신문에 “겨우 504표 차라는 건 민주당 완패나 다름없다”며 “이대로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김해 빼고는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도 1·4면 “보선 민심 ‘여당에 경고장’”에서 “10개월 전 창원성산 선거에서 민주당은 46.6% 정당투표 득표율, 정의당은 14.1%를 기록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범진보와 자유한국당은 5대5 박빙 승부를 펼쳤다”며 “10개월 전 통영은 민주당이 41.3%, 정의당이 4.9%의 정당득표를 한 곳인데 이번 보선에서 60대 35로 크게 밀렸다”고 분석하며 “선전은커녕 참패”라고 규정했다.

▲ 5일자 한겨레 만평
▲ 5일자 한겨레 만평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연승기록이 깨진 면도 부각했다. 국민일보는 1면 “위기의 집권 3년차, 쇄신론 고조”란 기사에서 “촛불민심과 적폐청산을 내건 정부 여당의 선거전 연전연승 기록이 4·3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멈췄다”며 “국민들의 현 정부에 대한 평가 잣대가 ‘박근혜정부보다 낫다’는 상대평가에서 경제와 개혁, 민생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절대평가로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분위기도 전했다. 국민일보는 “청와대는 보궐선거 관련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며 “정치적 고향인 PK(부산경남)에서 민심 이반을 목도하면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꿈도 경고 카드를 받았다”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도 “민주당은 5곳에서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며 “집권여당에 준엄한 경고를 보낸 게 4·3보궐선거가 주는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 5일자 국민일보 만평
▲ 5일자 국민일보 만평

민생을 챙기지 못한 것과 도덕성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여당 참패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경제난에 허덕이는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며 “성동조선, 대우조선해양, 현대차 하청업체 등 두 지역 제조업의 위기로 지역 민심이 흉흉한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에 부동산 투기 등이 부각된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논란, 인사 검증에 대한 불신이 겹치며 ‘촛불 정부’에 대해 인내하고 우호적이던 민심이 2년 만에 돌아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수통합론 힘 받는 한국당

반면 언론은 한국당에는 상대적으로 후하게 평가했다. 세계일보는 “힘받은 한국당…보수통합 구심력 강화”에서 “창원성산 지역구에서 범보수(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대한애국당, 49.7%) 진영이 범진보(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중당, 49.5%) 진영보다 높은 지지를 받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 통합의 구심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일보 역시 “민심 ‘옐로카드’ 받아든 與…”와 “보수 ‘통합카드’ 꺼내든 한국당” 기사를 나란히 배치해 여당의 패배와 한국당의 선전을 비교했다.

▲ 5일자 세계일보 사진기사
▲ 5일자 세계일보 사진기사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의 가능성을 봤다”며 “어느 곳이더라도 헌법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한국당은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표 경선에 나섰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자들도 다 유세장에 나와 함께 운동했다”며 “우리가 단단하게 다져지면 우선 외연이 넓혀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더 큰 통합을 하나씩 이뤄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이 사실상 승리했고 앞으로 대여투쟁 수위를 높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한국당 사실상 두곳 모두 이긴 셈…文정부 심판 민심 확인”에서 “황교안 대표 정치 입문 후 데뷔전인 보궐선거로 취임 한달여 만에 연착륙에 성공했다”며 “사실상 둘다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확인한 만큼 나경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라며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막판까지 지명 철회를 강도 높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여권이 추진하는 패스트트랙 패키지 법안에도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정부가 이달 말 국회에 제출 예정인 추가경정예산안도 ‘총선용 추경’이라며 철저한 심사를 예고했다”고 전했다.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보수통합론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한국당 뼈아픈 504표, 창원성산 당락 가른 건 애국당 838표”란 기사에서 “보수표 분산이 악재가 된 만큼 ‘보수통합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강경보수 성향인 애국당과 통합을 최우선시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분위기”라고 봤다. 중도층이 이탈할 우려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과 통합 전략을 마련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바른미래당이 재보선 직후 내홍에 휩싸인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4일 “손학규 대표와 상의해 당 지도부 거취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다음은 5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변해라’ ‘1년 뒤 총선서 보자’”
국민일보 “위기의 집권 3년차, 쇄신론 고조”
동아일보 “속초시내 덮친 산불…긴급대피-사상자 속출”
서울신문 “고성 산불 강풍 타고 확산…주민 수천명 대피”
세계일보 “‘죽음의 컨베이어’ 여전히 돌아간다”
조선일보 “초강력 산불, 속초 아파트 단지까지 위협”
중앙일보 “초속 30m 산불 속초·고성 덮쳤다”
한겨레 “고성 산불, 속초 덮쳐…밤새 ‘공포의 불바다’”
한국일보 “고성 대형 산불 속초 시내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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