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3회 신문의 날 행사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 측인 신문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계 주요 인사들과 환담을 나눈 걸로 확인됐다.

이날 관심을 모은 건 문재인 정부와 크게 대립하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문 대통령의 만남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장자연 사건’을 꼽고 엄중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 사건에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연루돼 있어 ‘불편한 만남’이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잔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이병규 신문협회장, 문재인 대통령, 김종구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3회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잔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이병규 신문협회장, 문재인 대통령, 김종구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신문협회 고문 자격으로 본 행사 15여분 전인 오후 5시45분께 프레스센터에 도착한 방 사장은 곧장 국제회의장 옆 무궁화실로 이동했다. 무궁화실은 이날 문 대통령과 주최 측 인사들이 행사 시작 전 환담을 나눈 장소로 마련됐다.

방 사장이 무궁화실로 이동하던 중 미디어오늘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려 방 사장 쪽으로 향하자 조선일보 측 사설 경호원이 몸으로 저지했다. 이 경호원은 기자 몸을 잡고 방 사장 동선 밖으로 밀쳤다. 방 사장을 프레스센터 20층부터 수행한 이는 조정훈 조선일보 총무국장이었다. 조 국장은 기자의 카메라를 막는 등 취재를 몸으로 막아섰다.

무궁화실에 들어선 방 사장은 이병규 신문협회장 등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에 앞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무궁화실에서 내빈들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이 프레스센터 20층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1분. 문 대통령은 본 행사 입장에 앞서 무궁화실로 향했고 주최 측 관계자들과 10여 분 만남을 가졌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 기관장들과 언론사 대표 및 취재진, 사회 각계 인사들은 검색대를 거쳐 행사장에 입장해야 했지만, 방 사장을 포함해 행사에서 VIP급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대통령경호처가 마련한 통로로 따로 입장했다.

방 사장 등 행사 VIP 인사들이 오후 6시13분께 입장하고 3분여 뒤 문 대통령이 참석자들 박수를 받고 입장했다. 두 사람은 행사에서 축하 잔을 서로 나누며 인사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행사가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방 사장 등 신문 관계자들과 따로 만남을 가졌느냐’는 기자 질문에 사실을 확인해주면서도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함구했다. 김종구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한겨레 편집인)도 “신문협회에 물어보시면 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무궁화실에서 주최 측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무궁화실에서 주최 측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이날 방 사장은 취재진 질문에 예민한 모습이었다. 행사가 끝난 뒤 프레스센터 측면 문 앞에서 기자가 “(2009년 장자연 사건 조사 당시) ‘황제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에 어떤 입장인가”라고 묻자 그는 대답하지 않고 사설 경호원과 함께 빠져나갔다.

조 국장 등 방 사장을 수행한 조선일보 관계자들은 “그만하시라”, “KBS 보도를 보시면 된다”, “이미 경찰 조서에 있는 내용”이라며 질문하는 기자를 저지했다.

한겨레는 지난 2일 장자연 사건 관련 2009년 경찰이 방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면서 경찰서 조사실이 아닌 조선일보 사옥에서 방문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방문 조사에 조선일보 기자 2명이 배석하는 등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보도 이후 조선일보는 ‘황제 조사’ 논란에 “사건의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는 내부 주장이 있어서 기자들이 배석했다”고 KBS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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