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이미지를 사용한 방송이 또 나왔다. 일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교묘하게 모욕하는 이미지를 제작하고 확산시키고 있다.

연합뉴스TV는 3일 재벌3세 마약 실태를 보도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상반신을 검은색 실루엣으로 처리한 사진을 내보냈다.

연합뉴스TV는 “재벌가 3세들의 마약사건”이라는 타이틀 아래 한화, 현대 등 그룹명과 함께 마약투약으로 처벌을 받은 재벌3세들의 이름(성씨)과 처벌시기, 처벌 내용 등을 검은색 실루엣 사진 위에 표기했다. 문제는 검은색 실루엣의 주인공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해당 이미지는 일베가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할 때 쓴다. 연합뉴스 TV에 따르면 3일 세 차례나 문제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그리고 저녁 7시30분께 이미지 출처를 확인하고 영상을 삭제했다. 연합뉴스TV는 밤 10시24분 뉴스 도중 한차례 사과 방송을 하고, 뉴스특보가 끝난 시각인 11시45분 앵커 클로징 멘트로 재차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연합뉴스TV에 따르면 이미지 구성은 담당기자가 이미지 콘티를 짜고 데스킹을 거친 다음 영상편집자가 디지털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의 경우 영상편집 담당 직원이 지난달 중순 구글을 통해 ‘남성 실루엣’을 검색해서 다운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가희 연합뉴스TV 뉴스총괄부장은 “영상편집 담당 직원이 일베에서 썼던 이미지라고 인지를 못한 상태였고, 기자와 데스크도 두 차례 검수를 했는데 이미지 위에 표기된 글씨에 대한 사실관계에 신경을 쓰다 실루엣 이미지는 문제로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문제가 있다고 인지한 다음 확인 작업을 거쳐 출처가 일베인 것을 확인했고 회사에 보고 조치한 후 본 영상과 포털사이트, SNS에서 모두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TV 방송 화면. 지난 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일간베스트 저장소 이미지를 사용했다.
▲ 연합뉴스TV 방송 화면. 지난 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일간베스트 저장소 이미지를 사용했다.
연합뉴스TV는 “오늘 오후 재벌 3세 마약 실태를 보도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케하는 이미지를 사용했다”며 “유사성을 인지 못한 제작진의 단순 실수임을 알려드린다. 유족과 시청자에게 사과드린다”고 두차례 사과방송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일베 이미지 사용은 고질적 문제다. 지난달 22일 KBS 1TV 시사교양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일베에서 사용하는 변형된 대학 로고가 전파를 탔고,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에서도 일베 이미지가 사용돼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TV와 똑같은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OCN 드라마 ‘플레이어’에서 주인공이 특정 타깃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은색 실루엣 사진이 등장했다. 제작진은 “머리를 숙여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가희 부장은 “CG 팀원들에게 일베 이미지 사용 경로를 차단하는 매뉴얼과 함께 정식 교육을 하고 유의하라고 고지하는데 이번 경우 교육을 받지 않은 영상편집담당 직원이 한컷 이미지 구성을 하다가 인지하지 못했고 데스크도 인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엄중하게 사태를 받아들이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이미지 사용 유의사항을 전 부서에 공지하고, 사과 문구도 별도로 제작해 방송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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