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기(49) 전 중사가 25년 전 군 복무 중 당한 사고를 자살기도로 결론 낸 뒤 재수사를 거부해온 육군본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박씨는 가해자가 당시 수사 주체인 헌병수사관이라고 주장한다.

군 복무 중 부당한 사고나 가혹행위를 겪은 피해자와 가족이 꾸린 단체 ‘군피해·상해자모임’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직 중사 박준기씨는 “초동수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렸다. 두 다리가 절단된 채 26년을 군과 사투를 벌였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박준기 중사 사건’은 대표적 군 상해·은폐 의혹 사건 가운데 하나다. 박씨는 1994년 군 복무 중 의문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당시 기억을 잃었던 박씨는 자살기도했다는 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박씨는 이듬해부터 기억을 되찾았고, 수사 주체인 헌병수사관이 자신을 발로 차 계단에서 추락해 실신했다며 재조사를 요청해왔다.

▲ 전직 중사 박준기(49)씨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군피해·상해자모임’이 연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박씨는 1994년 군 복무 중 의문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직 중사 박준기(49)씨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군피해·상해자모임’이 연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박씨는 1994년 군 복무 중 의문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국방부는 초동수사가 옳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거부했다. 2007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를 받고 재조사를 진행했지만 같은 결론을 냈다.

국방부는 재조사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다. 박씨는 “지난 2월초 군상해피해자모임을 결성하자 국방부 조아무개 대령이 만나자고 했다”고 했다. 박씨는 “군이 재수사하거나 안 되면 민군합동 조사를 얘기했는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3일 육군본부에 재조사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날 군 의무복무 중 희귀 난치병을 얻은 육진훤(25)·육진솔(24)씨 어머니도 진상규명과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다.

▲ 군 복무 중 부당한 사고나 가혹행위를 겪은 피해자와 가족이 꾸린 단체 ‘군피해·상해자모임’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내 상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군 복무 중 부당한 사고나 가혹행위를 겪은 피해자와 가족이 꾸린 단체 ‘군피해·상해자모임’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내 상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해마다 평균 80여명이 군에서 죽는다. 이 가운데 원인과 과정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채 자살 처리되는 사건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군 내 상해사건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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