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성산 재보궐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강기윤 한국당 후보를 504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개표 막판에 가서야 결과가 뒤집히면서 언론 보도도 혼란스러웠다. 엄밀히 따지면 오보가 나왔다. ‘강 후보가 여 후보를 이겼다’라고 쓴 오보가 나온 게 중앙언론과 지역언론의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3일 밤 10시45분께 강 후보가 여 후보에 900여표 앞선 상황에서 여영국 후보의 낙선 인사 내용이 도는 등 패색이 짙었다. 이는 공식 낙선인사는 아니었다. 이에 언론은 강기윤 후보 당선을 점쳤다. 연합뉴스는 “4·3 보선… 한국당, 통영고성 ‘당선 확실’ 창원성산 ‘우세’”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특히 눈에 띄는 보도는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져선 안 되는 선거를 졌다’… 창원성산에서 정의당 충격패”라는 제목을 붙여 보도했다. 여영국 후보의 패배를 확정짓는 보도였다.

그 시간 여영국 캠프와 정의당에선 개표현장 소식을 근거로 여 후보가 승리했다라는 내용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밤 11시께 캠프에서 1000표 이내로 승리를 확실시했다.

성급했던 한겨레 기사는 밤 10시50분 이후 삭제됐다. 관련 기사를 링크하면 “언론사의 요청으로 삭제된 기사”라는 공지가 뜨고 원문 기사를 볼 수 없다. 사실상 오보를 낸 셈이다.

한겨레는 밤 10시36분 “고 노회찬 지역구, 자유한국당 가져갈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KBS는 밤 10시20분께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개표율 56.5%)에서 강기윤 한국당 후보가 48.1%를 얻어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면서 여영국 후보의 패인을 분석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한겨레는 “진보진영에서는 고 노회찬 의원과 같은 압도적 ‘대중성’을 지닌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불안 요인’으로 꼽아왔다”면서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과 단일화가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했고, 진보진영 단일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표가 분산됐다’는 점을 패인으로 꼽았다”고 보도했다.

여영국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제 상황을 보면 10시30분경 중앙 언론이 패배를 예상해 캠프를 빠져나갔다가 밤 11시경 역전됐다는 말이 돌아 다시 돌아왔다. 반면 지역 기자들은 캠프에서 확인 과정을 거치면서 흐름을 보면서 지키고 있었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던 것은 맞지만 중앙언론은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오보를 냈던 것이고, 지역 언론은 막판까지도 오보를 내지 않고 막판 뒤집기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한겨레가 정의당 관계자를 인용한 것도 캠프 인사가 아닌 지역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중앙 당직자로 보인다”고 전했다.

▲ 한겨레 “‘져선 안 되는 선거를 졌다’…창원성산에서 정의당 충격패” 제목의 기사가 포털에 노출된 모습.
▲ 한겨레 “‘져선 안 되는 선거를 졌다’…창원성산에서 정의당 충격패” 제목의 기사가 포털에 노출된 모습.
창원 성산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 개표 지역은 창원시 반송동이었다. 해당 지역은 강기윤 후보의 표밭으로 분류된다. 예상대로 강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강 후보의 당선 유력이라고 보도된 시점도 반송동 지역 사전투표 결과가 나올 때였다. 하지만 여 후보 캠프에서는 당황하지 않았다. 여영국 후보의 강세지역인 창원시 사파동이 남았기 때문이다. 캠프에서는 밤 10시40분 경 현장 집계를 통해 당선을 확신했다. 사파동에서 2천표 가까운 차이가 난 것으로 분석했다.

임종금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 득표구조를 모른 채 그저 표차만 세다가 큰 오보를 냈다”면서 “큰 선거, 예를 들어 대통령이나 도지사 선거는 단위가 커서 개표 중반 이후 5% 이상 벌어지면 따라잡기 힘들다. 하지만 선거단위가 작은 곳은 지역에 따라 몰표가 나오면 확 뒤집히기도 한다. 그걸 아직도 모르고 있다니 안타깝다”라고 썼다

임 전 기자는 통화에서 “지난 경남도지사 선거 때도 김경수 후보가 10% 지고 있을 때 중앙 모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출구조사 결과와 달라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는데 아직 김해 지역 등 개표하지 않은 지역이 많다고 했다. 10% 내외로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적어도 작은 단위의 선거 취재를 할 때 캠프 조직자나 현장 투개표 관계자를 실시간으로 크로스 체크를 했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총선도 아니고 단일 선거에서 충분히 물어보고 확인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선거 결과가 나오고 난 뒤 작성한 기사에서 “정의당은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했다. KBS가 3일 밤 10시20분께 ‘한국당 강기윤 후보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할 정도로 한때 승부의 추가 기울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지만 ‘여영국 후보가 졌다’는 자사의 기사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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