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정성호)는 지난달 28일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기획재정부와 함께 소득세법 개정안(대표발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합의했다. 여야합의로 지난 1일 상임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4일 법제사법위원회와 5일 본회의를 거칠 예정이다. 종교인 과세 완화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10명 중 6명이 개신교인이었다.

해당 법안은 퇴직소득 관련 소득세법 22조에 ‘종교인 퇴직소득’ 항목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한 2018년 1월1일 이후 적립한 퇴직금만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게 핵심이다. 2018년 1월1일 이전에 퇴직한 종교인과  이후에 퇴직한 종교인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게 의원들의 주장인데 종교인과 일반 국민 간의 형평성은 고려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목사 세금 500만원 낼 때 일반인 세금 1억 넘어

한국납세자연맹이 제시한 예를 보면 30년을 근무한 목사가 2018년 말 퇴직금으로 10억원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퇴직소득세가 총 506만원에 불과하지만 일반 근로소득자였다면 1억4718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불교와 천주교 성직자들은 퇴직금이 없거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개신교 목사를 위한 특혜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십자가. 사진=pixabay
▲ 십자가. 사진=pixabay

실제 교회는 정치인에게 중요한 선거운동 공간이다. 정치인이 출석 교인일 경우 소위 ‘교인을 밀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고 이때 목사의 발언이나 목사와 정치인의 관계가 영향을 끼친다. 몇백표 차로도 당락이 갈리는 지역구 선거에서 ‘확실한 표’인 교회를 신경쓸 수밖에 없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8년 종교인 과세를 처음 꺼냈지만 50년이 지나서야 시행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디어오늘 확인결과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 10명 중 정성호 기재위원장(경기 양주)을 비롯해 민주당 유승희(서울 성북갑)·윤후덕(경기 파주갑), 자유한국당 김광림(경북 안동)·이종구(서울 강남갑), 민주평화당 유성엽(전북 정읍·고창) 등 의원 6명이 개신교인이었다. 나머지 4명은 민주당 강병원·김정우(기재위 간사), 자유한국당 권성동·추경호(기재위 간사) 의원이다.

목사 걱정만 한 국회 기재위

의원들은 해당 법안이 종교인 특혜라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박상진 기재위 전문위원은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범위를 2018년 1월1일 이후로 명확히 하는 개정안은 과세 시행시기를 맞춘다는 면에서 입법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종교인의 소득과 일반 납세자의 소득 간 과세체계 사유로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가 있어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종교인과세)이 2015년 12월2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7인 중 찬성 195인, 반대 20인, 기권 5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종교인과세)이 2015년 12월2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7인 중 찬성 195인, 반대 20인, 기권 5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그럼에도 의원들은 법안 통과를 서둘렀다. 이날 추경호 의원은 “근로에서 발생한 소득에서 부수적으로 퇴직소득이 나오기에 원 소득이 2018년 1월1일부터면 퇴직소득 계산도 이때부터 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또한 유승희 의원은 “어쨌든지 의원 발의한 대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권성동 의원은 “갑시다, 시간도 없는데”라고 답했다. 

목사들을 걱정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날 김광림 의원은 “논리적으로 보면 다 찬성”이라며 “지금 2019년 상반기가 다돼 가는데 종교인단체에서 소급적용을 섭섭해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종교인 과세 자체가 2018년 1월1일 시행했으니 이것(퇴직금 과세)도 2018년 1월1일 이후 적립 분을 과세(해야)하고 종교인단체도 그걸 원한다”고 답했다.  

개신교 정치인들이 목사 과세 방어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8월 김진표 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25명은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2018년이 아닌 2020년으로 종교인 과세가 미뤄질 예정이었지만 비판이 거세 입장을 바꿨다. 김진표 의원은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이 원로목사로 있는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다.

▲ 기독교계가 종교인 과세 시행을 20여 일 앞둔 지난 2017년 12월 반발하고 있다. 보수 교계는 종교인 과세는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노컷뉴스
▲ 기독교계가 종교인 과세 시행을 20여 일 앞둔 지난 2017년 12월 반발하고 있다. 보수 교계는 종교인 과세는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노컷뉴스

종교인 과세 더 강화해야

이번 개정안이 아니더라도 종교인 과세는 미약한 수준이었다.

일단 현행법으로도 종교단체는 세무조사가 불가능하다. 기독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의 권지연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목사들의 횡령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데 세무조사가 없으니 해결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기 중개상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은 교회에 헌금하는 형식으로 돈세탁을 한 혐의를 받았고,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는 수백억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았지만 종교단체에 세무조사를 불가능하게 한 건 불법방임이라는 게 평화나무의 지적이다.

또한 지난 2015년 12월23일 기재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발표했는데 이미 각종 혜택으로 종교인 과세 부담이 다른 직장인보다 적었다. 당시 정부에 등록된 종교인 23만명 중 과세 대상은 약 20%인 4만6000명에 불과했다. 이들의 세금 부담은 근로소득자보다 20~40% 적을 것으로 추산했다.

권지연 센터장은 “삼일교회에서 성폭력으로 물러났던 한 목사는 전별금(퇴직금)을 13억원이나 받았다. 이처럼 전별금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종교인들보고 더 많이 내라는 게 아닌데도 법안이 후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납세자연맹과 종교투명성센터는 지난해 3월 당시 개정된 종교인 과세 법안 중 △종교인이 조세 종목을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으로 선택 △종교활동비 무한정 비과세 △세무조사 제한 △기타소득 신고시 근로장려세제 혜택 등의 4가지에 조항에 대한 위헌소지를 가리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도 비판 입장을 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지난 1일 “동일한 금액의 종교인 소득과 다른 종류의 소득에 세금을 각각 다르게 부과해 조세 정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법안 처리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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