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개표 결과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여영국 후보는 득표율 45.75%를 기록해 45.21%를 얻은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불과 504표 차다. 초중반 개표 때까지 강기윤 후보가 앞서면서 당선이 유력해보였으나 개표 막판 상황이 반전됐다. 

여영국 당선자는 재검표가 마무리된 오후 11시35분께 당선 소감을 발표했다. 그는 “반칙 정치, 편가르기 정치에 창원 시민들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권영길 노회찬으로 이어온 창원 성산의 진보정치 자부심에 여영국의 이름을 아로새겨 주셨다“고 했다.

여영국 당선자는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서 국회 개혁을 주도하겠다. 이것이 바로 노회찬 정신 계승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회찬 전 의원 사고 이후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교섭단체가 의석 부족으로 구성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 선거 운동 당시 여영국 당선자. 사진=노컷뉴스.
▲ 선거 운동 당시 여영국 당선자. 사진=노컷뉴스.

창원 성산 주민들은 국회의원 자리를 한국당에 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미한 표차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화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경제 문제, 그리고 장관 후보자와 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정권 심판론을 정의당이 함께 맞게 된 측면이 있다. 노동계와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점과 민중당과 단일화가 무산된 점도 단일화 효과 반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개표가 진행 중인 통영·고성의 경우 정점식 한국당 후보가 양문석 민주당 후보를 20% 이상 차이로 따돌리고 있어 무난한 당선이 예상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승리가 힘들었던 통영·고성과 달리 정의당과 단일화를 한 창원 성산까지 한국당에 내주면 당 지도부가 책임론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황교안 체제의 첫 시험대로 보궐 선거를 맞은 한국당 입장에서도 통영·고성에서 큰 격차로 승리가 예상되고, 창원 성산에서는 졌지만 표 차가 미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

여영국 당선자는 누구… 민주노조하다 3번 구속, 광역의원 2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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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국 당선자는 1965년 경남 사천 태생으로 기숙사와 학비가 무상이었던 부산기계공고를 나와 통일중공업에 입사해 노조민주화 과정에서 1986년 첫 구속됐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일어나기도 전이었다. 이후 마산·창원지역 민주노조 운동의 중심이었던 경남노련 조직국장을 지내며 군사정권 시절 노동자 선봉대를 자임했다. 1989년 효성과 금성사 노조민주화 투쟁으로 두번째 구속되고, 금속노조(당시 금속산업연맹) 조직국장이었던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으로 세번째 구속됐다. 

여영국 당선자는 2000년대 들어 진보정당에 투신해 경남도의원을 2번 지내면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에 맞서 정치 역량을 키웠다. 도의원 시절 ‘자영업자 그들의 빛과 그림자’라는 부제를 단 의정활동보고서 ‘상남동 사람들’을 출판하기도 했다. 여 당선자는 이 책에서 “노동운동 시절 보지 못했던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됐다”고 밝혔다. 상남동은 창원의 중심가 최대 상권이지만, 공단 노후화와 제조업 불황으로 점차 위축되고 있다. 여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거의 마지막에 개표한 상남동과 인근 사파동 사전투표함이 열리면서 강기윤 후보를 따돌리고 결과를 뒤집었다. 

한편 이날 밤 개표 과정에서 KBS는 강기윤 후보 승리를 예상하고 ‘유력’ 마크를 달았고, 한겨레도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썼다가 삭제했다. 이에 경남도민일보 한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창원 성산구의 동별 지지성향을 이해하지 못한채 그저 전체 표 차이만 계산하다가 섣부른 보도를 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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