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재벌총수들과 만나는 등 잇단 경제행보를 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엔 경제 원로를 만나 현 경제정책에 주문사항을 들었다.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강조하던 문 대통령이 그 대척점에서 주장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나선 배경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경제계 원로 초청 오찬간담회를 열어 경제계 원로로 초청해 경제계 전반 및 현안을 들었다. 이날 오찬에는 박승 중앙대 명예교수(전 한국은행 총재), 전윤철 전 감사원장,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전 국무총리), 김중수 한림대 총장(전 한국은행 총재), 박봉흠 SK가스 사외이사(전 기획예산처 차관),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 주형철 경제보좌관 등이 동석해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3일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경제원로들 대화를 소개했다. 고 부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한국경제에 높은 식견을 가진 원로들에게 우리 경제 얘기를 듣고자 모셨다”며 “격식없이 편하게 이야기해 주시면 우리 경제팀에 큰 참고가 되겠다”고 말했다.

우선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정책 비전에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여 국민역량을 집결해야 하고 임금상승에 상응하는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두고 “방향은 맞으나 정책목표를 달성하도록 정책수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민간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요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있다면 공급측면에서는 민간투자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 부대변인은 박 전 총재가 노동계에 포용의 문호를 열어놓되 무리한 요구에는 선을 그어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를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 부대변인은 전 전 원장이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가 노동자 소득을 인상시켜 주는 반면 혁신성장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등 기업의 어려움을 전했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경제 원로들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경제 원로들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현 경제여건을 감안해 추경이 필요하다면서 국채발행 이외에 기금 등 다른 재원을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장기 재정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권한과 자금이 상응하도록 재정분권이 조정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박 전 장관은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지방교육재정이 초중등 교육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을 위해서도 활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전 장관은 “기업가와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모두를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가 만 2년이 되는 오는 5월9일 그간 정책을 평가하고 점검하면서 이 같은 조언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 경제라며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원로들의 계속된 조언을 당부했다.

이밖에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성장률 하락, 양극화 심화 속에서 4차 산업혁명 등 성장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며 해결방안으로 인적자원 양성, 창의력 개발을 위한 교육정책, 공정경제의 중요성, 기득권 해소를 위한 규제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최근 한국이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천만 명 이상인 국가)에 들어가 “무척 자랑스럽다”며 “성과를 토대로 국력신장, 문화고양, 국격제고를 위해 남북한 및 해외교포 등 8천만 국민들의 경제공동체를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격려했다.

정 전 총리는 북미, 남북 정상회담만이 아니라 남북미 정상회담을 한다면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보완 필요성을 지적하는 한편, 중소기업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를 차단하는 등 동반성장에 적극 노력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3050클럽 가운데 제국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거둔 이러한 결과는 선배 세대들이 이룬 것이다. 자랑스럽고 고맙다”고 전했다.

고 부대변인은 2시간에 걸친 오찬 간담회가 끝난 후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경내를 산책하며 담소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경제 원로들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경제 원로들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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