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씨 사건에 사주가 연루된 조선일보가 3일 이례적으로 지면에 입장을 밝혔다. 장자연 문건 보도에 소극적이었던 조선일보가 사주 일가 방어에는 적극적이다.

조선일보는 3일 12면 기사(“‘한겨레의 장자연 보도는 허위 법적 조치로 오보 책임 묻겠다’”)에서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자신과 고 장자연씨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한겨레신문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2일 밝혔다. 보도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방정오 전 대표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이다. 

전날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방정오, 장자연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에서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고 장자연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는 새로운 진술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확보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며 “특히 이번 진술은 방 전 대표의 지인에게 확보한 것으로 장씨가 유력 인사를 상대로 술시중 등을 강요받은 정황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3일자 12면.
▲ 조선일보 3일자 12면.
한겨레는 방 전 대표 지인인 ○업체 김아무개 대표가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2014년께 방 전 대표가 ‘2008년인가 2009년쯤 잠시 동안 자주 만나고 연락을 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자살을 했다. (이 사건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무마했다’고 한 말을 들었다. 나중에 방 전 대표에게 들어보니 그 여자가 장씨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진상조사단은 “방 전 대표가 ‘(측근인) ㅎ씨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접대를 받은 것으로 꾸며줘서 사건이 잘 마무리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김 대표 진술도 함께 확보했다. ㅎ씨는 조선일보 사주 가족들과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사업가로 알려졌다.

그밖에도 한겨레는 방 전 대표와 10년 가까이 알고 지낸 ㅇ씨도 진상조사단에 “최근에 ‘방 전 대표가 장씨와 통화를 한 적이 있다’는 말을 방 전 대표의 측근 ㅎ씨에게 전해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3일 보도에서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기 혐의로 구속 중인 인물 등의 부정확한 전언을 토대로 허위 사실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방정오 전 대표 입장을 전한 뒤 “한겨레신문 보도에 등장한 ‘ㅇ씨’도 ‘방 전 대표가 장씨와 연락하거나 통화했다는 내용을 들은 바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진상조사단 측에 수차례 강력히 진술했다.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한겨레신문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방 전 대표 측에 전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겨레 보도에 등장하는 ㅎ씨도 “한겨레신문의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알린다”는 입장을 한겨레에 전했다.

▲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사진=TV조선
▲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사진=TV조선
조선일보는 “방 전 대표와 장씨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은 2009년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며 “당시 경찰은 장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 3대, 장씨 소속사 대표였던 김모씨 휴대전화 3대의 1년간 통화 내용 5만1161건을 뽑아 분석했다. 검경 수사 결과 방 전 대표와 장씨 사이의 연락 기록은 없었다. 방 전 대표 측은 그동안 장씨와 관련된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한편 조선일보도 ‘2009년 조선일보가 경찰 수사 당시 경찰에 외압을 가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한 MBC PD수첩, 미디어오늘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낸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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