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영상문화 사업단지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SBS 대주주 태영건설과 kbc 광주민방 대주주 호반건설의 담합이 SBS 핵심 경영진 지원 속에 이뤄져 당초 SBS 파트너사로 낙점된 사업자 대신 호반이 선정됐고, 그럼에도 호반이 최종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꼴등으로 탈락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대주주가 SBS 경영에 무리하게 개입해 SBS의 미래 먹거리까지 날렸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부천 영상문화 사업단지 개발 계획은 서울 목동 SBS 본사에서 11km 거리의 부천시 상동 11만6000평 터에 방송, 영상, 만화 산업 등을 활성화하는 영상문화 융복합 단지를 개발하겠다는 사업이다. SBS로선 미래 자산 재배치를 통해 숨통을 뚫는 기회였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2일 오전 발행한 노보를 보면, 부천시와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위한 심사에서 방송시설이 포함될 경우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공모에 참여한 컨소시엄들은 지상파 방송인 SBS와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에 SBS는 각 컨소시엄들로부터 참여제안서를 받고 지난 2월 컨소시엄 선정 과정에 돌입했다.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2일 발행한 노보.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2일 발행한 노보.
노보에 따르면 1차 제안서 마감은 지난 2월22일 오후 6시. 이때까지 GS 컨소시엄과 신한 컨소시엄이 참여 제안서를 접수했지만 호반건설 측은 마감시한까지 제안서를 접수하지 못했다. 호반은 마감시한이 나흘 지난 뒤에야 제안서를 접수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원칙대로라면 탈락이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호반의 지연 접수가 용인된다. SBS미디어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태영건설과 광주민방 kbc의 대주주 호반건설의 특수 관계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1차 제안 내용을 봐도 신한 컨소시움이 SBS에 가장 유리한 조건이라고 노조는 지적했다. 총 7000평 규모로 지하철역 7호선과 맞닿은 부지에 SBS에 약 765억원의 혜택을 주는 조건이었다는 것. 이에 반해 호반 측은 지하철역과 거리가 먼 사업지에 SBS 혜택 규모도 신한 측보다 100억대 이상 적은 사업 제안이었다고 노조는 전했다.

이후 2월27일 SBS 경영위원회에서 대다수 의견으로 신한 측과 파트너를 맺기로 정리됐다. 28일 SBS 사측 실무자는 SBS 사외이사들을 방문해 결과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고 이후 각 컨소시엄에 신한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사실을 전화로 통지했다.

그러나 SBS 대주주 태영건설의 윤세영 명예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결과를 뒤집었다고 노조는 폭로했다. 지난달 5일 윤세영 태영 명예회장, 윤석민 회장, 신경렬 미디어홀딩스 사장, 박정훈 SBS 사장, 이재규 태영 부회장, 이동희 경영본부장 등이 참여한 회의가 태영건설에서 열렸고 이 자리에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뒤엎고 사업규모를 축소해 2차 제안을 받기로 결정했다. 2차 제안 대상에는 앞서 1차에서 탈락한 GS와 호반 컨소시엄도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 담당자인 최상재 당시 전략기획실장(현 특임이사)이 사업 내용 설명을 위해 윤석민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이때부터 박정훈 SBS 사장 지시로 2차 제안 접수와 파트너 선정 과정은 최 실장이 배제된 채 이동희 경영본부장에게 이관됐다.

신한 측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2차 제안서를 제출했다. 2차 제안 접수 결과도 신한 컨소시엄이 가장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한다. 3000평 토지와 600억원 상당의 건축비를 무상 지원하고 SBS에 신규 방송 장비와 직원 복지기금 등 ‘100억원대 추가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호반 측이 제안한 건축과 토지 관련 내용은 신한과 유사했으나 호반 측은 100억원대 추가 지원 제안은 하지 않았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측은 호반 측에 경쟁 컨소시엄인 신한 측의 제안 내용을 노골적으로 유출하며 신한과 같은 수준으로 제안서 요건을 맞추라고 도움을 주는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명백한 불공정 행위이며 이 자체만으로 SBS의 신뢰와 평판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해사 행위”라고 비판했다. 결국 지난 3월8일 호반은 신한과 같이 100억원을 추가 지원을 제안에 포함시켰다.

▲ 부천 영상문화 사업단지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SBS 대주주 태영건설과 kbc 광주민방 대주주 호반건설의 담합이 SBS 핵심 경영진 지원 속에 이뤄져 당초 SBS 파트너사로 낙점된 사업자 대신 호반이 선정됐고, 그럼에도 호반이 최종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꼴등으로 탈락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2일자 SBS노보
▲ 부천 영상문화 사업단지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SBS 대주주 태영건설과 kbc 광주민방 대주주 호반건설의 담합이 SBS 핵심 경영진 지원 속에 이뤄져 당초 SBS 파트너사로 낙점된 사업자 대신 호반이 선정됐고, 그럼에도 호반이 최종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꼴등으로 탈락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2일자 SBS노보
SBS 대주주와 SBS 사측은 1차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신한을 탈락시키고 호반을 우선협상자로 최종 선정하는 과정에서 SBS 경영위원들에게 사전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종 사업자 선정 입찰은 어땠을까. 지난달 30일 부천 영상 문화 사업 단지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호반-SBS는 1000점 만점 가운데 866.22점을 얻는 데 그쳤다. GS건설(920.84), 대우·신영(892.99), 신한(879.75)에 이어 4위, 꼴찌였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내 관련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SBS가 상식과 순리대로 논의된 결정에 따라 처음부터 2위권으로 평가됐던 신한 측과 파트너십을 깨지 않고 유지했더라면 사업자 공모 결과가 바뀔 수 있었다고 진단한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민방 대주주 간의 담합을 위해 윤석민 회장은 무리한 지시를 하달하고 박정훈 사장은 이런 부도덕하고 비윤리적 지시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내 정상적 의사 결정 구조를 마비시키고 업무를 윤 회장 직할 비서인 이동희 본부장이 맡도록 했다”며 “이 본부장은 실무진 직언을 묵살하고 대주주 의사를 관철시켜 창사 이래 없던 경영 대참사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공모 전부터 파다하게 나돌았던 SBS 대주주 태영건설 윤세영·윤석민 부자와 kbc 광주민방 대주주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 측의 답함에 SBS 박정훈·이동희 콤비가 호흡을 맞추면서 SBS독립경영 원칙은 완전히 무너졌다. 황금 같은 미래사업 기회까지 무산됐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SBS 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이동희 SBS 경영본부장에게 연락했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 SBS 측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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