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일부 KBS 드라마 제작 현장 특별근로감독이 4월 중 시행된다.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재확인과 더불어 실질적인 제작환경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1일 “고용노동부가 4월부터 현장근로감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방송 스태프 노동자 처우 개선안을 논의했다”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일부 드라마 제작 현장을 면밀히 살펴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노동부가 2일부터 근로감독을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정청이 지난달 26일 ‘5대 분야 10대 과제’ 중 방송스태프 노동환경 개선 등 3대 분야를 중점 논의했고, 민주당은 1일 방송스태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을지로 상생 꽃 달기’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하루 15시간, 길게는 19시간 이상 촬영으로 ‘집단 제작 거부 사태’가 발생했던 KBS 수목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는 지난달 14일 종영돼 현장 근로감독이 불가능해졌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 2월27일 ‘왜그래 풍상씨’를 비롯한 5개 KBS 드라마(왜그래 풍상씨, 왼손잡이 아내, 닥터 프리즈너, 국민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제작현장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으나, 관할 노동청인 서울고용노동청은 지난달 18일에서야 방송스태프지부에 공문을 보내 ‘특별근로감독 요청 수리 여부를 4월8일까지 연장해 검토한다’고 전했다. 서울노동청 관계자는 향후 구체적 근로감독 대상이나 시기 등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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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스태프들은 이번 특별근로감독이 지난해 특별근로감독의 한계를 넘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3개 드라마 제작현장 특별근로감독 결과 방송 스태프 177명 중 157명을 법적 근로자로 인정했지만, 현장에서의 근로계약서 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팀장급 스태프들을 ‘사용자’로 판단했다는 점도 비판 받았다. 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해 팀장급 스태프와 팀 단위 용역 계약을 맺어 팀원들 인건비를 책임지게 하는 ‘턴 키’(turn-key) 계약 관행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고용노동부에) 방송·드라마 제작 생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근로감독할 경우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를 전했다”며 “강요에 의한 ‘턴키’ 계약의 경우 증거·증인을 얼마든 갖고 있고 현장 노동자들도 증언해줄 것이다. 필요하다면 방송스태프지부가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그간 장시간 노동 등으로 고발된 사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해 12월 공동 고발인단을 구성해 29시간30분 연속촬영 제보가 접수된 SBS ‘황후의 품격’을 고발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도 지난해 10월 tvN ‘나인룸’, OCN ‘플레이어’·‘손 더 게스트’·‘프리스트’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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