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전현석)이 자사 간부들의 금품 수수 및 기사 거래 의혹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 28일자 노보를 통해 이번 사안과 관련 당사자 입장과 해명이 담긴 조사 내용을 조선일보 구성원과 공유하고 사규 및 윤리 규범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1월 로비스트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그의 고객사인 대기업, 언론인들 간 기사·인사 청탁 의혹을 보도했다.

가장 두드러졌던 언론사는 조선일보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179명 가운데 조선일보 소속은 35명이다. 이 가운데 8명이 박 전 대표에게 금품 등 각종 편익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왼쪽)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사진=뉴스타파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왼쪽)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사진=뉴스타파
조선일보 노조는 “뉴스타파는 4~5년 전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가 조선일보 일부 기자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최근 보도했다”며 “조선일보 일부 기자가 박 전 대표로부터 고가의 선물이나 전별금을 받고 기업에서 비행기 티켓을 받은 것은 언론인으로서 준수해야 할 윤리를 위반한 행태다. 이는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정상적인 교류와 거리가 있으며 언론 관행을 참작하더라도 정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또 노조는 “이번 금품수수 의혹은 국내 언론사 최초로 기자들에게 취재비를 지급하고 평기자에게도 취재카드를 지급하는 등 부적절한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한 조선일보의 전통에 오점을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권의 실정과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고 불편부당한 기사와 칼럼쓰기에 매진해 온 전·현직 선후배에게 상처를 줬고 조선일보 100년 역사를 함께 만들어온 독자와 대한민국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이 뉴스타파 보도 이후 관련 조사를 진행했으나 그 내용을 사내에 알리지 않은 사실을 비판했다. 노조는 3년 전 송희영 전 주필의 ‘기사 청탁’ 의혹이 터졌을 때와 사측 대응이 마찬가지라는 것.

노조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 입장 또는 해명이 담긴 조사 내용을 구성원과 공유하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필요하다면 추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때 징계위원회에 반드시 부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사규와 윤리규범을 보완하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조선일보 윤리위원회는 조선일보 현직 간부들의 금품 수수와 기사 청탁 의혹에 “이번 사태는 윤리규범 정비 이전인 2013~2015년에 발생한 일”이라며 “윤리규정을 소급적용해 어떠한 불이익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관련 기사: 조선일보 윤리위 “‘박수환 문자’ 불이익 조치 어려워”]

노조는 노보를 통해 “이번 일 때문에 본지 기자 정신이 위축돼선 안 되지만, 언론인에게 주어진 감시와 비판의 권리가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를 의혹 당사자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임직원 모두 깨닫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입장 발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내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노조와 대의원들은 냉엄한 현실 인식과 진심 어린 반성만이 독자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입장을 싣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조선일보 노조 입장 전문.

뉴스타파는 4~5년 전 뉴스컴 박수환 전 대표가 조선일보 일부 기자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노조와 대의원들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조선일보 일부 기자가 박 전 대표로부터 고가의 선물이나 전별금을 받고 기업에서 비행기 티켓을 받은 것은 언론인으로서 준수해야 할 윤리를 위반한 행태이다. 이는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정상적인 교류와 거리가 있으며, 언론 관행을 참작하더라도 정도를 벗어났다. 노조는 이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조선일보는 과거부터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부적절한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국내 언론사 최초로 기자들에게 취재비를 지원했으며, 간부는 물론 평기자에게도 취재카드(법인카드)를 지급한 것이 그 예이다.

이번 금품수수 의혹은 이러한 조선일보의 전통에 오점을 남겼다. 또한 정권의 실정(失政)과 권력의 비리(非理)를 파헤치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한 기사와 칼럼을 쓰기 위해 매진해 온 전현직 선·후배에게도 상처를 줬다.

무엇보다 조선일보 100년 역사를 함께 만들어온 독자와 대한민국 국민을 실망시켰다. 이에 따라 노조는 사측에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첫째, 이번 사안과 관련해 당사자 입장 또는 해명이 담긴 조사 내용을 조선일보 구성원과 공유하라. 사측은 보도 직후 관련 조사를 진행했으나 그 내용을 사내에 알리지 않았다. 3년 전 송희영 전 주필 의혹이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안은 조선일보 전체 명예와 직결된 만큼 사측은 조사 결과와 공식 입장을 임직원 모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추가 조사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정확한 의혹이 사실처럼 유포되는 것을 막고, 추후 이와 유사한 사건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둘째, 사규 및 윤리규범을 보완하라. 현재 회사 포상징계규정과 윤리위원회에서 제정한 윤리규범은 국내외 언론사와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나 일부 내용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이 벌어질 경우 징계위원회에 반드시 부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

이와 함께 전 사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윤리 교육도 강화해야한다. 조선일보 위상이 올라갈수록 본지 기사와 임직원을 바라보는 독자와 국민의 눈높이도 높아져 왔다. 이번 일 때문에 본지 기자정신이 위축되어선 안 되지만, 언론인에게 주어진 감시와 비판의 권리가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를 의혹 당사자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임직원 모두 깨닫고 반성해야 한다.

이번 입장 발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내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와 대의원들은 냉엄한 현실 인식과 진심 어린 반성만이 독자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입장을 노보에 싣기로 했다.

우리 스스로 바로 서야 비판의 펜 끝도 바로 설 수 있다. 그래야 조선일보의 또 다른 미래 100년을 바로세울 수 있을 것이다. 회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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