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흑석동 재개발 상가 매입으로 불거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의혹을 다룬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보도 태도가 달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11억원을 빌려 공시가격 26억원에 달하는 재개발 지역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이 건물을 사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 외에 은행에서 배우자 명의로 10억2080만원을 대출받았고 지인에게 1억원을 빌렸다. 김 대변인은 28일 주거 목적의 매입이라고 해명하며 “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와대는 언제 나갈지 알 수 없는 자리고 제 나이에 전세를 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재개발 지역의 상가를 구입해 시세 차익을 노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동산 투자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 힘들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그는 주거 목적이라고 했지만 지나치게 많은 빚을 어떻게 갚을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만일 상가 매입 과정에서 자신의 직위를 활용해 투자 정보나 규제와 관련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면 또 다른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 정도 대출을 받은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도 쟁점이다. 사과나 유감 표명 한 마디 없는 해명 역시 화를 키우는 모양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온도차

한겨레는 소극적으로 보도했다. 한겨레의 보도 태도는 경향신문과 차이가 컸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내고 김 대변인을 적극 비판했지만 한겨레는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다.

경향은 흑석동은 정부가 지정한 투기과열지구였는데 정작 청와대 대변인이 이 곳의 노른자 땅을 산 점을 지적하며 “투기를 했다 해도 할말 없을 것이오, 투기가 아니라고 해도 공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향은 또한 그의 해명을 “폭등한 집값 앞에서 절망하는 청년세대나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참으로 꿈 같은 얘기다. 군색한 변명은 도리어 시민의 분노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관련 기사 제목을 통해 “대통령의 입이 부동산 정책 신뢰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 29일 경향신문(위)과 한겨레 보도.
▲ 29일 경향신문(위)과 한겨레 보도.

반면 한겨레는 “국민 눈높이 못 미친 장관 후보자는 인선 재고해야” 사설에서 장관 후보자의 투기 문제만 다루고 김의겸 대변인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향이 “투기 억제와 거꾸로 가는 고위 공직자 집테크” 기사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투기 논란과 김 대변인 사례를 함께 조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사의 톤도 달랐다. 경향신문은 관련 기사 제목을 “‘위기 내몰린 청와대 메신저’... ‘엇나간 해명’까지 사퇴 여론”으로 다룬 반면 한겨레는 “‘청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시세차익 노린 것 아냐’”로 비판 주장과 해명을 함께 다루는 기계적 중립 제목을 뽑았다. 부제에서 경향은 김 대변인의 해명을 언급하며 “파문만 더 키워”라고 평가했지만 한겨레는 해명만 언급했다.

기사 리드에서도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인 것”이라고 한 경향과 달리 “거액의 대출을 받아 재개발 예정지 건물을 산 것을 둘러싸고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투기 논란이라고 쓰지 않았다.

조선중앙, ‘투기’ ‘관사 재테크’ 쟁점화

조선과 중앙은 1면에 관련 소식을 다루고 그 뒤에서도 조선은 3면을, 중앙은 2면과 3면을 관련 기사로 채웠다.

이들 신문은 투기 의혹 외에도 김 대변인이 관사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또 다른 논란을 제기했다. 앞서 28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대변인과 그 가족이 관사에 들어와서 사는 경우가 없다는 문제를 제기한 후 나온 보도다.

▲ 29일 조선일보 1면 톱기사.
▲ 29일 조선일보 1면 톱기사.

조선의 1면 기사 제목은 “청와대 대변인의 관사 재테크”로 관사 문제를 적극 쟁점화했다. 조선은 박수현 전 대변인이 지방 출신이기에 대통령이 관사 입주를 권유한 사례를 언급하며 “청와대 코앞인 옥인동 전세를 냈던 김 대변인이 가족과 함께 관사에 입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왜 관사에 살았을까. 조선은 “건물 구매를 위한 여유 자금 확보를 위해 입주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국민 세금으로 이자를 아낀 셈”이라는 비판을 전했다. 이 정치권 관계자가 야권인지 여권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은 사설에서는 직설적으로 “투기하기 위해 관사를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중앙도 “김, 청와대 관사 대경빌라 거주...서울 살다 가족 함께 입주 이례적”이라고 보도하고 사설을 통해 이를 지적했다.

▲ 29일 조선일보(왼쪽)와 중앙일보의 김의겸 대변인 의혹 기사.
▲ 29일 조선일보(왼쪽)와 중앙일보의 김의겸 대변인 의혹 기사.

이들 신문은 현장 취재 등을 통해 투기 가능성에도 집중했다. “김의겸의 족집게 투자...‘흑석동 건물로 최소 10억 번 셈’”(조선) “김의겸 ‘재개발 땐 아파트+상가 받는다’...10억 시세차익설”(중앙) 등이다. 이들 신문은 해당 지역이 ‘노른자 땅’으로 시세차익 10억원이 예상된다는 점과 재개발 지역인 이 땅을 사면 입주까지 최소 4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보도하며 대변인 퇴직 이후를 위해 주거용으로 구매했다는 해명에 반박했다.

이들 신문은 사설을 통해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중앙은 사설에서 “즉각 사퇴”를 요구했고, 조선은 “위선자 정권의 본 모습”이라며 ‘내로남불’ ‘후안무치’라고 했다.

▲ 경향신문 29일자 4면.
▲ 경향신문 29일자 4면.
세월호 폐쇄회로 녹화영상 조작 가능성 드러나

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 증거를 정부기관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군이 수거한 디지털영상녹화장치(DVR)와 검찰에 증거로 제출된 ‘세월호 DVR’이 다른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가 발견됐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간단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해경은 선박사고 조사의 기초증거인 DVR을 참사 2개월 뒤 공식 수거했다. 검찰이 이를 복원했지만 참사 발생 3분전인 오전 8시46분까지만 기록돼 있었다. 일부 생존자들은 세월호가 이미 기운 9시30분까지 CCTV 화면을 봤다고 증언한 만큼, 당일 8시46분 이후 영상도 남아 있어야 정상이다.

특조위는 이날 해경이 수거했다고 주장한 DVR 모형과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DVR 모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이 사실을 29일자 4면에 ‘특조위, 세월호 핵심 증거 DVR, 해군·해경이 조작 가능성’이란 제목으로, 한겨레는 이날 11면에 ‘세월호 특조위, 해군이 수거한 DVR 바꿔치기 의혹’이란 제목으로 각각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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