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예방 조치를 강화하는 이른바 ‘조두순법’, 사립교사 교원의 성폭력 처벌 기준을 마련한 ‘스쿨미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한 노사 협의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처리됐다. 그러나 이날 함께 통과가 예상됐던 디지털성범죄 수익 몰수법은 본회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다. 국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이 법안들을 포함한 비쟁점법안 18건을 처리했다.

‘조두순법’은 미성년자를 납치·강간한 조두순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청원(2017년 9월)을 계기로 지난해 발의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별칭이다.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자 가운데 재범 위험성이 높은 자에게 전담 보호감찰관을 지정하고, 보호관찰 대상자에게는 피해자 등 특정인에게 접근을 금지한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2월 대표발의해 1년 2개월 만에 재석의원 236명 중 231명 찬성, 5명 기권으로 가결됐다.

원안에는 보호관찰명령을 받은 자의 재범 위험성을 다시 평가해 보호관찰 기간을 연장하는 조항도 있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선고된 형 일부를 사후에 다시 평가하는 것이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제시돼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 표 의원은 “보호관찰은 범죄 징벌이 아니라 사회를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조치인데 일사부재리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삭제한 건 아쉽다”면서도 “재범 위험성을 특별히 관리하는 보호관찰관을 지정하도록 해 재범으로부터 사회를 방위하는 최소한 조치는 포함됐다”고 밝혔다.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스쿨미투법’으로 불리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통과됐다. 성범죄나 학사비리 등을 저지른 사립학교 교원의 ‘솜방망이 처벌’이나 ‘셀프 징계’를 막고자, 사립학교 교원징계위원회가 국·공립학교 교원과 동일한 징계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김용신)는 이날 “국회가 모처럼 학생·학부모와 국민에게 좋은 선물을 안겼다. 법 취지에 부합하는 대통령령과 엄정한 법 집행으로 성 비위나 봐주기 징계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고 환영했다. 다만 “개정법은 사립학교 교원에만 해당한다. 재단 이사장과 가까운 직원이나 친인척 회계 담당자 등 직원에겐 국민 상식에 못 미치는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근로자참여법) 통과로 직장 내 성희롱 근절 방안도 강화됐다. 이 개정안은 노사협의회 협의사항에 직장 내 성희롱과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예방을 추가해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대표발의한 권미혁 민주당 의원은 “직장 내 성희롱 신고건수는 2012년 263건에서 2016년 556건으로 5년만에 2배가 뛰는 등 매년 증가세지만 피해자 보호 장치가 미흡해 공식 문제제기 비율은 매우 낮다”며 “개정안 통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대책에 노동자 의견을 반영한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편 ‘디지털 성범죄 수익 몰수법’으로도 불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범죄수익 몰수 적용 대상인 중대범죄에 디지털 성폭력 불법 촬영물 제작과 유통 등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몰수 적용 대상 범죄로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 이용을 비롯해 의약품 관련 리베이트 수수, 감사인·공인회계사의 부당한 금품수수, 북한이탈주민을 상대로 한 지원금 사기 등이 포함됐다. 본회의 전날인 27일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 관련 범죄 포함 여부에 이견이 나왔고, 자유한국당이 관련 조항이 포함된 경위 보고가 먼저라고 요구해 본회의 부의가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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