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성폭력 정황이 드러났는데 징계심의도 받지 않아 빙상연맹 면죄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쇼트트랙 코치가 관련 보도를 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전 한국체육대 쇼트트랙팀 코치였던 A씨는 지난 2월 오마이뉴스와 소속 기자 ㄱ씨 및 일요신문사와 소속 기자 ㄴ·ㄷ씨를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이들 언론사에 손해배상금 29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오마이뉴스와 일요신문은 지난 1월 A씨 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빙상연맹의 면죄부 논란을 다뤘다. 두 매체는 2012년 한체대 쇼트트랙팀 코치였던 A씨가 한 여자 선수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키스하고 몸을 만지려 하는 등 성추행을 시도해 쇼트트랙계에 소문이 퍼졌으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2014년 YTN 보도로 공론화된 뒤에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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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언론사는 A씨가 소문이 퍼진 후인 2013년 4월 오히려 국가대표 장비담당 코치로 발탁됐고 2018년 12월 쇼트트랙 주니어 여자 국가대표 선수의 코치로 빙상연맹에 등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A씨는 2016년 영구 제명 중징계를 받았지만 징계 이유는 개인 불법 도박 혐의였다. 이마저 2017년 체육단체 통합 추진 과정에서 ‘자격정지 3년’으로 감경됐다. A씨는 2018년 말까지 빙상연맹 소속으로 한체대 선수들을 가르쳤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A씨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팀 코치의 전임자라서다. 조 전 코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을 폭행하거나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과 함께 A씨 의혹에 징계 심의도 열리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빙상연맹이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A씨는 성추행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사실처럼 보도했다며 취재기자를 고소했다. 근거는 2014년 1월 최초 보도 직후 열렸던 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다. 조사위는 2014년 1월18일 ‘피해자·가해자 모두 성추행 시도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다’고 결론냈다. 피해 선수가 지인에게 참담한 심정을 털어놓은 카카오톡이 남아있었으나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체육계엔 당시 조사위 결과를 둘러싸고도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 선수가 자신의 관리자인 한체대 교수에게 사실을 털어놨으나 교수는 ‘네가 참으라’며 문제제기를 막았다. 일요신문은 교수가 ‘실업팀에 가게 해주겠다’고 피해선수를 회유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조사위는 ‘실업팀은 경기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피해 선수를 뽑았다’고 결론 냈다.

조사위는 “당사자 선수와 지도자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합리적 의심과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는 한, 성추문을 비롯한 관련 모든 의혹에 더 이상의 조사는 무의미하다”고 보고했다.

A씨는 “자신을 비방할 목적으로 무차별 기사를 게재했다”며 “보도 때문에 졸지에 성추행범으로 매도됐다. 허위기사로 인해 정신적 피해 뿐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입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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