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SBS 노·사·대주주가 SBS를 중심으로 한 수직 계열화에 합의했으나 SBS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태영그룹이 드라마 제작과 유통 기능을 SBS 외곽에서 합병하는 식으로 합의 파기 움직임을 보여 노사 갈등이 파국을 향하고 있다.

28일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이하 SBS본부)는 SBS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목동 SBS 사옥 20층 SBS 사장실 앞에서 이사회 저지 투쟁을 벌였다.

이날 조합원 30여명은 사장실 앞에서 “SBS 다 망치는 윤석민은 손을 떼라”, “독립경영 파탄공범 박정훈은 물러가라”, “이동희도 물러가라”, “SBS 살려내자”, “조직개편 당장 그만” 등의 구호를 외치고 피켓 시위를 했다.

▲ 28일 오후 서울 목동 SBS 사옥 20층에서 SBS 이사회가 열리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20층 복도에서 피켓시위를 하고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28일 오후 서울 목동 SBS 사옥 20층에서 SBS 이사회가 열리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20층 복도에서 피켓시위를 하고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SBS본부는 이날 이사회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직할 통제를 할 수 있는 조직 개편안이 안건으로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있다.

노·사·대주주의 2·20합의에 따라 SBS 대주주이자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가 지난달 SBS에 SBS콘텐츠허브 지분을 매각하면서 SBS 중심으로 수직계열화가 진전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대주주와 사측 인사들이 합의 파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SBS본부 주장이다. [관련기사: 윤석민 회장 취임날 SBS노조 “합의 파기” 강력반발]

SBS 지배구조를 보면 태영은 SBS 대주주이자 SBS 모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다. SBS미디어그룹은 윤 회장의 실질적 영향력 아래 있다.

SBS본부는 윤 회장이 박정훈 SBS 사장이 맡고 있는 SBS 이사회 의장을 자기 사람으로 교체하려 하고 SBS 콘텐츠 유통의 핵심 역할을 하는 SBS콘텐츠허브 등 자회사를 자신의 직할 체제로 장악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윤 회장이 지난 25일 태영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SBS 경영권 장악 시도에 본격 나섰다는 것.

이에 SBS본부는 28일 임시 대의원 대회를 소집하고 오후 1시부터 SBS 로비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SBS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SBS 이사회 안건에 윤석민 직할 통제를 위한 조직 개편안이 상정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SBS 독립 경영 약속을 폐기하고, SBS 콘텐츠허브 등 SBS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자회사 통제권을 ‘아바타’ 이사회 의장을 통해 윤석민 회장이 장악하겠다는 수순”이라고 밝혔다.

SBS본부는 이날 오후 사장실 앞에서 이사회 장소로 이동하던 박정훈 SBS 사장에게 “이사회 장소로 가 노보를 전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박 사장은 이를 무시했다. 이사회 장소 앞 10여명의 사측 직원들은 윤창현 SBS본부장과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이 이사회 장소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몸싸움이 벌어지진 않았다.

▲ 28일 서울 목동 SBS 20층에서 박정훈 SBS 사장이 이사회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하자, SBS 노동조합이 노보를 전달하겠다고 박정훈 사장에게 요구했지만 박 사장은 이를 무시하고 이사회 장소로 들어갔다. 사진=정민경 기자.
▲ 28일 서울 목동 SBS 20층에서 박정훈 SBS 사장이 이사회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하자, SBS 노동조합이 노보를 전달하겠다고 박정훈 사장에게 요구했지만 박 사장은 이를 무시하고 이사회 장소로 들어갔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오후 1시 시작한 이사회는 오후 3시30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SBS본부 조합원들은 20층 복도에서 계속 구호를 외치고 이사회에서 진행되는 조직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이날 전국언론노조 특별결의문을 통해 윤 회장의 SBS 경영 개입을 비판했다. 이들은 “윤 회장은 회장 자리를 물려받자마자 ‘소유 경영 분리와 SBS 경영 불개입’이라는 약속을 깨고 SBS 자회사 이사회를 장악했다”며 “사원들의 임명 동의로 뽑힌 대표이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자회사 관리권 장악으로 이어질 게 뻔한 이사회 의장 교체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는 “박정훈 사장과 이동희 경영본부장 등 SBS 일부 경영진은 대주주의 머슴 노릇을 하며 소유 경영 분리와 독립 경영 원칙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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