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8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및 경제지에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은 토론회가 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외주화 노동실태’ 토론회다. 고 김용균씨의 사망으로 불거진 ‘위험의 외주화’는 원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해묵은 문제지만 언론의 관심이 부족하다.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 대표의원이기도 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 23기에는 특수경비, 청소, 정비, 수처리, 계측정비, 방사선안전관리 등 20여개가 넘는 분야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 5600여명이 있다. 이들은 방사능 오염과 각종 사고 위험과 함께 고용불안, 저임금과 차별적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명화 뭉크의 '절규'에 방사능 기호를 합성해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한 이미지. ⓒ그린피스
▲ 명화 뭉크의 '절규'에 방사능 기호를 합성해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한 이미지. ⓒ그린피스
우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원전 안전관련 업무의 외주금지를 국정과제 핵심공약으로 정했으나 관련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현재까지 국정과제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며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특히 “위험한 일은 하청의 재하청을 통해 싼 값에 맡기고, 책임까지 떠넘기면서도 한수원은 산재예방보상으로 지난 5년간 123억원의 보험료를 감면 받아왔다”고 비판했다.

관련부처 당사자들은 이날도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장영진 한수원 정비처장은 이날 “공기업으로서 정부정책결정에 따라 원전 안전관리 관련 업무의 외주금지 정책을 성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희동 산자부 원전산업정책관도 “외주화 금지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안위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원전 시설관리직원의 역할은 국민 안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대부분 하청 직원들로 이뤄져 있고 근무환경은 한없이 열악하다. 하청 직원의 피폭 방사선량은 한수원 정직원의 12배가량에 달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수원 산업재해 사망자 7명도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고 지적했다.

▲ 원전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원전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김성수 의원은 “방사선 관리처럼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직종은 정규직으로 전환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리2원전에서 일하는 박상희 방사선안전관리노조위원장은 이날 “원전 노동은 기본적으로 피폭을 수반한다. 일본 후쿠시마 같은 대형사고가 없더라도 원전을 유지․관리․해체하는 과정에서 원전노동자는 피폭이란 두려움을 안고 산다”고 밝혔다.

현재 원전 방사선 관리 용역은 발전소 단위로 3년마다 입찰을 통해 낙찰된 용역업체가 수행하고 있다. 박상희 위원장은 “한수원에서 2018년 2월 일방적으로 발주한 정규직전환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방사선 관리용역은 필수유지업무와 원자력안전업무에 해당된다는 검토의견이 나왔다.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라”고 한수원을 비판한 뒤 “1000여명에 달하는 방사선 관리 노동자들은 한수원의 간보기식 행동에 울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 이전 정부에서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발전사업 중 상당부분을 용역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현장에서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전한 뒤 “지금 한수원의 행동은 정부의 올바른 정책에 반할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안전과도 직결된 업무를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수원은 토론회가 열린 이날도 오전 10시20분 경 한울원전 6호기의 주급수펌프 2대 중 1대가 정지해 출력을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걸핏하면 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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