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대표 황교안)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 심상정)에서 지난 17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정의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했는데 한국당이 이와 다른 내용을 전국 각지에 게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은 최근 전국 각지에 “국회의원, 늘어나도 좋습니까? 연동형비례대표제 막아주십시오”라는 현수막을 달았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 걸린 한국당 현수막. 사진=평화나무 제공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 걸린 한국당 현수막. 사진=평화나무 제공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한 시민단체 평화나무(이사장 김용민)는 이 현수막을 전국 각지 회원들에게 제보를 받아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24명을 지난 2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여야4당은 의원정수를 늘리자고 합의하지 않았는데 한국당 의원·당협위원장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개특위 심상정 위원장과 김성식·김종민·천정배 간사들을 명예훼손했다고 본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사표를 막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선거제도로 정당지지율에 근거해 의석수를 나눈다. 한국당은 과거 이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합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국회에서 단식을 했다. 한국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던 차에 지난해 12월15일 한국당을 포함한 5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검토’, ‘의원 정수 확대 논의’ 등을 담은 합의문을 내놨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온전히 도입할 경우 국회 의석수가 현재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 국민 다수가 의원정수 확대를 원치 않아 정개특위 내에서도 의원정수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여야5당 합의 3개월 뒤인 지난 10일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 반대’, ‘비례대표 폐지’ 등 기존 합의에 반하는 주장을 내놓으며 합의를 깼다. 합의 파기 뿐 아니라 헌법 41조 비례대표제 입법명령 조항까지 무시해 한국당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국당은 여야4당의 합의를 비판하며 해당 현수막을 내걸었다.

▲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의 선거제도 관련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사진=정의당 광주광역시당 페이스북
▲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의 선거제도 관련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사진=정의당 광주광역시당 페이스북

▲ 정의당 성남시위원회는 “4당 합의 선거제 개혁안, 국회의원 수 늘어나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줄일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한국당 현수막과 나란히 걸었다. 사진=평화나무 제공
▲ 정의당 성남시위원회는 “4당 합의 선거제 개혁안, 국회의원 수 늘어나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줄일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한국당 현수막과 나란히 걸었다. 사진=평화나무 제공

▲ 경기도 부천지역에서 민주당이 현수막으로 자유한국당 현수막을 반박했다. 사진=평화나무 제공
▲ 경기도 부천지역에서 민주당이 현수막으로 자유한국당 현수막을 반박했다. 사진=평화나무 제공
이에 정의당·민주당 등은 한국당 현수막 위아래에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정의당 성남시위원회는 “4당 합의 선거제 개혁안, 국회의원 수 늘어나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줄일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정의당 광주광역시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막아주십시오. 자한당 국회의원, 늘어나도 좋습니까?”라는 현수막을 한국당 현수막 밑에 달았다. 경기도 부천지역 민주당 도의원·시의원들은 “300명 그대론데 거짓말해도 됩니까?”라는 현수막을 달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비판도 나왔다. 평화나무는 “과거 녹색당이 ‘정당투표는 최선에 던지세요’라는 정책홍보 토론회 안내 현수막을 내걸자 ‘최선’이 누구라고 밝히지도 않았는데 선관위는 이것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철거 방침을 내놨고 민주노총이 ‘반 노동정당에 투표하지 맙시다’라는 현수막을 걸었을 때도 제동을 걸었다”면서 “지금 선거법 위반이 명백한 한국당의 현수막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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