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사단’ 의혹을 받는 KT 경영고문단이 KT 이사회와 감사기구에 보고되지 않고 ‘깜깜이 운영’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창규 KT 회장이 직권으로 정·관·군계 출신 인사들을 위촉하고 총 20억원의 자문료를 지급한 고문단이 최소한의 견제도 받지 않은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2014~2018년 5년간 53회 KT 이사회 의사록을 입수해 전수조사한 결과 ‘경영고문’ 관련 사안이 논의된 흔적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철희 의원실에 따르면 KT ‘경영고문 운영지침’은 KT 이사회에서 정식 논의된 안건이 아니었다. KT는 해마다 9~12차례 이사회를 열어 회사의 주요 내규나 정관 제·개정을 의결해왔다. 임원 퇴직금 규정, 준법지원인 선임 및 준법통제 기준,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이나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같은 주요 결정사항을 폭 넓게 다뤘으나, 경영고문 관련 논의는 전무했다.

▲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4월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4월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의원은 “KT 이사회 자체가 거수기 역할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는 이 기간 동안 의결 안건 211건, 보고 안건 196건을 다뤘다. 이 중 5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원안 가결·접수됐다. 이견 제시는 단 한 차례 있었고, 나머지는 사외이사를 포함한 모든 이사가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원안 가결·접수율이 99%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위원회에도 고문단 관련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의원은 감사위원회의 이사회 정기 보고는 회계관리제도 운영 평가에 한정됐다며 특정 현안을 감사, 보고한 사례는 2018년 말 한 차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원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는 회계·업무를 감사하고, 업무 보고도 요구할 수 있으나 황창규 회장의 ‘황제 경영’ 앞에서는 눈을 감아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누가 보아도 의심스러운 고문단의 존재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5년 내내 몰랐다는 것은 내부 견제 장치와 자정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것”이라며 “주주 대표 소송, 스튜어드십 코드와 같은 외부의 견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KT 경영고문 존재는 지난 24일 이 의원의 명단 공개로 수면 위에 드러났다. 이 의원은 이후 관련 운영지침과 위촉계약서 등을 공개하며 KT가 황 회장 취임 후 정치권 인사와 퇴직 군, 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 14명을 경영고문에 위촉했고, 1인당 수천만~수억원 총 20억원 이상을 자문료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KT새노조는 26일 황 회장을 업무상 배임, 횡령, 뇌물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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