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문화와 강압, 욕설 등 구태로 인해 현직기자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는 기자들도 상당수다.

문제의식은 단순히 군대 문화와 강압, 욕설 등이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문제는 부조리한 상황을 목격하고도 동료나 선·후배들이 구태 행위를 그냥 두고 지켜본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제히 “언론사는 사회에서 가장 늦게 바뀌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도전문채널 소속 A기자는 “한동안 공채가 없다가 회사가 몇 년 만에 신입기자를 채용했다. 회사가 정상화 됐다고 하는데 내부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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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기자는 “최근 수습기자가 들어왔다. 돌아가며 내근을 하는데 항상 입구 쪽에 앉아서 사람이 드나들 때마다 일어나서 인사를 한다. 바쁜 와중에도 매번 허리를 푹 숙이면서 ‘안녕하십니까’ 하는데 인사를 받기 미안해서 입구로 다니지 않았다. 인사를 안 하거나 목소리가 작으면 그 자리에서 선배가 ‘X발, 여기가 너희 공부하는 독서실이냐’라며 살벌하게 혼내더라“고 토로했다.

A기자는 “사회부 내에 수습기자를 강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건 이해하지만, 굳이 인사를 그런 식으로 시켜야 하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욕설 당사자로 지목된 보도전문채널 기자는 “욕설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수습기자들이 인격적 모욕감을 느꼈다면 잘못인 게 맞다. 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서 교육하겠다”고 해명했다.

난무하는 욕설에 퇴사 고민도...

이처럼 언론사 내에서 욕설을 들었다는 기자들은 한두 명이 아니다. 근무 중에 ‘X발, 일을 이렇게밖에 못해?’라는 말을 들은 기자도 있었다. 

한 종합편성채널 소속 B 기자는 "욕설 자체에도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더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너 때문에 좋은 뉴스를 만들지 못했다’라는 지적이었다. 오히려 욕설을 들은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어 착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 소속 수습기자인 C기자와 D기자는 선배에게 ‘내가 X같이 보이냐?’라는 말을 들었다. C기자의 선배 기자인 E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친구가 충격이 컸다. 퇴사까지 결심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대놓고 욕설을 들은 경험이 아니더라도, 기사 등을 지적하다가 선배 기자가 혼잣말로 욕설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 인터넷 매체 소속 F기자는 “선배가 기사를 가지고 혼을 내다가 혼잣말로 ‘X발’이라고 한 적이 많다. 혼잣말이라고는 하지만 앞에 내가 서 있고, 실제로 나에게 지적하는 과정에서 욕설하는 것이니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F기자는 “과거에는 대놓고 마음껏 욕설을 퍼부었을 것 같다. 시대가 변해서 노골적으로 못하고, 그 부분을 지적받으면 ‘혼잣말이었다’고 해명할 것처럼 욕설을 내뱉었다”고 전했다.

반성문을 쓴 사례도 있었다. 통신사·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등 3곳 매체에서 수습 교육을 받은 기자들은 “보고시간을 놓치거나 늦잠잤다가 A4 용지 여러 장에 빽빽하게 반성문을 써야 했다. 고등학생 때도 안 썼다. 만일 일반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면 언론은 이 행태를 기사로 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기자사회에 남아있는 군대 문화, 위계적 질서가 남아있는 반증이다. 기자 개인이나 특정한 기수에서 갑자기 문화를 바꾸는 건 어렵다. 신입기자 교육 과정이라든지 보도국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사내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동찬 사무처장은 “조직 문화 자체가 변해야 보도나 방송사 프로그램에 반영된다. 좋은 인재 신입으로 뽑아서 좋은 기자를 만들어 낸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문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도국 경쟁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구태 문화는 언젠가 보도행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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