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재벌 압박 정책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사는 미국으로, 공장은 베트남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

극우 성향의 신혜식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로 퍼뜨리는 ‘삼성본사 해외 이전설’이다. ‘이재용 열받았다! 삼성 본사는 미국으로 공장은 베트남으로’라는 제목과 ‘이재용 충격선언, 공장은 베트남 본사는 미국으로?(신혜식의 진짜뉴스)’란 부제가 달린 해당 유튜브 방송의 조회 수는 26일까지 260만회가 넘었다.

하지만 이 방송은 삼성그룹 홍보팀이 공식적으로 부인한 ‘가짜뉴스’다. 삼성 본사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 3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인터넷 매체 단비뉴스 측에 “해당 유튜브 내용은 모두 명백한 가짜 뉴스”라고 답했다.

삼성 본사에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한 임지윤 단비뉴스 기획탐사팀장은 “‘삼성본사 해외 이전설’에 삼성 측에서도 너무 어이없어했다”며 “본사 홍보팀이 ‘어떻게 들었냐’기에 ‘인터넷 유튜브 방송에서 봤다’고 하니까 자기들이 회의해 본다고 하고 15분 뒤에 ‘해당 유튜브 방송은 가짜뉴스’라면서 ‘이런 거 믿지 마라’고 외려 당부했다”고 전했다.

▲ 지난해 10월31일 신혜식씨 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 지난해 10월31일 신혜식씨 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신씨의 방송 내용은 문재인 정부가 재벌 압박 정책을 펴는 반면 베트남 정부는 삼성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삼성이 본사와 공장을 모두 해외로 보내는 것 아니냐는 과도한 추측에 불과하다. 임 팀장은 삼성 측에서도 어이없어하는 내용을 ‘진짜뉴스’라며 유튜브에서 버젓이 방송하고, 삼성은 ‘가짜는 맞는데 나서서 막을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꼬집었다.

더 심각한 건 이처럼 가짜뉴스를 진짜뉴스처럼 둔갑해 퍼뜨리는 이가 보수·극우 진영의 60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을 언론인이라고 표방한다는 점이다.

임 팀장은 “우리는 예비 언론인 입장에서 기성 언론을 봤을 때 권력에 아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해야할 땐 비판 못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못하는 이유를 고민하며 이 기획(한국 언론을 망친 사람들)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체 미디어비평도 없고 언론 상호간 비판을 못하는 이대로라면 언론사회를 바꾸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언론이 스스로의 문제를 정직하게 드러내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좀 더 성역 없고 과감하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이런 용기를 낸 자신감의 근거에는 ‘설마 학생에게까지 소송을 걸거나 협박하진 않겠지’라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 지난해 3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현장 참석한 (왼쪽부터) 김세의 당시 MBC 기자와 배현진 전 MBC 앵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 지난해 3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현장 참석한 (왼쪽부터) 김세의 당시 MBC 기자와 배현진 전 MBC 앵커. 사진=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하지만 ‘한국 언론을 망친 사람들’(이하 한언망) 취재는 실전이었다. 한언망 1편에서 배현진 전 MBC 앵커를 취재한 김태형 기자는 외려 배 전 앵커 측으로부터 “협박하는 거냐”는 말까지 들었다. 배씨가 MBC 앵커로 있을 때 뉴스데스크가 권력추종형 보도와 왜곡·편파보도로 망가진 것과 관련해 묻고 답변을 요청해서다.

지난해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후보로 출마한 배씨의 선거캠프 관계자는 김 기자의 반론 요구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김 기자는 “우리는 기사를 썼을 때 충분히 반론 입장을 열어두는 게 필요하다고 봤고 당사자를 직접 접촉하고 싶었지만 선거캠프에선 배씨와 접촉할 기회를 차단했다”며 “캠프 관계자는 연락준다고 했고 질의 메일을 수신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답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비뉴스 한언망 취재팀은 고소와 소송을 불사하고 언론을 망치거나 출세의 도구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신랄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신혜식씨(임지윤)와 배현진씨(박경난·김태형)를 비롯해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창우·김승운), 김세의 전 MBC 기자(윤종훈·박경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박지영·이민호), 황장수 정치평론가(박경난·홍석희)가 단비뉴스의 비판 대상이 됐다.

임지윤 팀장은 “취재팀 사이에서도 너무 극우·보수진영 인사 위주로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지금 당장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고 억지로 진보 쪽 인사를 찾기보다 진영과 이념에 상관없이 한국 언론을 망친 이들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론 언론학자나 공영방송 이사진, 언론 유관 기관 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단비뉴스 기획탐사팀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유진, 이창우, 김태형, 권영지, 임지윤, 김현균, 홍석희, 김지연 기자. 사진=단비뉴스 제공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단비뉴스 기획탐사팀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유진, 이창우, 김태형, 권영지, 임지윤, 김현균, 홍석희, 김지연 기자. 사진=단비뉴스 제공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