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수사가 활발하지만 유리홀딩스 전 대표인 유인석씨 관련 수사만 진전이 없다.

유인석씨를 둘러싼 의혹은 탈세와 경찰 유착 등 크게 두 가지다. 이는 이번 ‘버닝썬 게이트’ 수사의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들 사건들(버닝썬 게이트 등)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함께 경찰·국세청 등의 고의적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은폐·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다섯번 언급한 경찰과 두 번 언급한 국세청은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할 처지다.

현재까지 ‘버닝썬 게이트’ 수사와 언론보도는 승리(이승현)의 인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연예인이라 관심이 집중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돈의 흐름이다.

▲ 유리홀딩스를 함께 세운 승리(이승현, 왼쪽)와 유인석 대표. 사진=승리 인스타그램
▲ 유리홀딩스를 함께 세운 승리(이승현, 왼쪽)와 유인석 대표. 사진=승리 인스타그램

‘유’인석과 승‘리’의 이름을 따서 만든 유리홀딩스는 승리의 소속사인 YG와 비슷한 사업구조를 만들고 있었다. 23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유리홀딩스는 YG처럼 외식(몽키뮤지엄·밀땅포차·아오리라멘), 엔터테인먼트/미디어(NHR·유리미디어), 금융투자업(BC홀딩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승리가 유리홀딩스에 애착을 갖고 ‘제2의 YG’를 만들고 싶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외식업과 엔터테인먼트를 승리가 주로 맡았다면 호주에서 컨설팅을 전공한 유인석이 금융투자업을 맡았다. 여기서 돈이 되는 사업은 금융투자업이다. 클럽 버닝썬 역시 해외 투자자를 접대하는 창구로 기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 가운데 승리 인맥보다 유인석의 자금출처나 자금 흐름을 추적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포착된 유인석의 주요 네트워크는 네모파트너스와 아버지 유아무개씨다. 유인석은 유리홀딩스를 만들기 전 경영 컨설팅기업 네모파트너스 베트남 지사장을 지냈다. 유리홀딩스와 네모파트너스는 서울 강남 파르나스타워의 같은 층에 입주해있고 류아무개 네모파트너스 대표는 유인석을 9년 정도 알고 지냈다.

페이퍼컴퍼니 의혹이 제기된 홍콩법인 BC홀딩스는 승리·유인석이 류 대표와 각각 100홍콩달러(약 1만5000원)씩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BC홀딩스는 네모파트너즈와 정식으로 컨설팅 계약을 한 고객일 뿐이라는 게 네모파트너즈 공식 입장이다.

류 대표는 26일 미디어오늘에 “유인석 전 대표·유 전 대표의 아버지와 지분이나 금전관계 등 아무 연결이 없다”며 “유 전 대표의 아버지는 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류 대표는 승리가 운영하던 ‘아오리라멘’ 운영법인 아오리F&B 대표로 취임하는 등 최근 전면에 나서고 있다.

드러나지 않는 유인석의 인맥은 그의 아버지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아버지 유씨는 1990년대 국내에서 제조업을 하다 베트남 호치민으로 가 교민잡지사를 운영했다. 수도인 하노이에 한국기업들이 진출하자 이에 맞춰 경영컨설팅·건설사업 등을 시작했다.

아버지 유씨는 베트남에서 자신이 장기임대한 부동산에 국내 한 대기업을 유치했다. 대기업 유치에 성공하면서 1·2차 협력업체가 함께 들어왔는데 이들의 베트남 진출을 컨설팅하고,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건설자재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재산은 대부분 베트남·호주 등 해외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와 연관성은 찾기 어렵다.

유씨가 운영하는 P그룹에는 컨설팅·건설사·W세무법인 등이 있는데 베트남 소식통에 따르면 W세무법인이 유씨 관련 자금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아버지 유씨에게 지난 19일부터 수차례 전화통화·이메일·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아들 유인석과 관련된 최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26일 현재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

▲ 승리, 유인석, 류재욱 네모파트너즈 대표 등이 출자한 BC홀딩스 관련 행사로 추정되는 사진. 투자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 승리, 유인석, 류재욱 네모파트너즈 대표 등이 출자한 BC홀딩스 관련 행사로 추정되는 사진. 투자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BC홀딩스의 투자자인 베트남 부동산 시행사 탄호앙민 그룹(회장 도안쭝) 역시 한국의 대기업을 베트남에 유치해 공단을 조성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다. 90년대 중반부터 한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 시행사업에 성공했고, 건설자재 수입사업을 한국 기업과 동업하기도 했다. 도안쭝 회장의 장남 도호앙민은 BC홀딩스 임원이었는데 페이퍼컴퍼니 의혹이 일자 임원에서 물러났다. 유인석을 둘러싼 자금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자 관련자들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경찰 수사가 한창인 지난 19일 유인석은 “2016년 7월 몽키뮤지엄이 단속됐을 때 주변에 법조인이 없던 저희가 윤모(윤규근) 총경에게 연락해 어떤 제재가 있을 수 있냐 물었더니 윤 총경은 ‘그런 식으로 영업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윤 총경을 형으로 따르며 식사도 함께 하고 몇차례 골프도 치며 가르침을 받았던 게 전부”라고 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은 윤 총경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수억원의 현금이 도는 클럽을 운영했거나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받는 회사 관련자들이 과연 고위 공직자 계좌로 돈을 입금했을까. 함께 유착 의혹에 휘말린 윤 총경의 부인(김아무개 주재관)은 여전히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고위직 연루 정황에 “조사를 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확인된 게 없다”며 “제기된 모든 의혹을 전방위로 확인해가고 있는데 여러 조사가 되고 있어 입건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달 간 마약사범 523명을 검거한 것과 사뭇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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