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암함 침몰사건 직후 출동한 속초함이 추적하는 과정에서 촬영된 괴물체 관련 영상 2분 가량이 지워졌다는 기사를 쓴 박성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는 천안함 사건을 재조사와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9주기를 맞아 기사를 쓴 이유도 “위령탑 가서 추모하는 것보다 ‘정확한 진실이 뭐냐’에 팩트를 하나라도 던져줘서 (진실을) 종합적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방식으로 추모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합조단이 가져간 증거들이 차고넘칠 정도로 많은데도 이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며 합조단이 발표한 내용이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기자는 경향신문 26일 8면 머리기사 ‘“천안함 침몰 때 ‘괴물체 영상 삭제’ 혐의 속초함 함장 긴급체포 시도했다”‘에서 당시 ‘천안함 합동조사단’ 핵심 관계자였던 ㄱ씨가 25일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이 미확인 물체를 녹화한 광학추적장비(EOTS) 영상 2분 분량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속초함 함장 ㄴ중령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를 시도했다”고 밝혔다고 썼다. 그는 이 영상에서 지워진 2분이 괴물체와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 미디어오늘 2019년 3월26일 천안함 괴물체 영상 삭제 의혹? 괴물체는 뭔가)

박 기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라진 2분이 반잠수정, 괴물체 관련된 것인지’를 묻자 “당연하다. 지워진 2분 영상이 EOTS에서 딱 그 부분만 지워졌다. 괴물체와 관련된 부분이다”라며 “속초함이 ‘새떼’인지 ‘반잠수정’인지 모르지만 괴물체를 사격했던 영상 가운데 2분이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잠수정일 경우 시속 76km로 달리고, 흩어졌다 합쳐지고 육상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반론에 박 기자는 “내가 그 부분은 해석을 안내렸다. 논란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영상이 없어진 부분이 있다는 팩트만 전달할 것이다. 당시에도 다 논란이 됐던 부분이라 해석을 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사의 취재원인 ‘합조단 핵심관계자’를 공개할 수 없느냐고 하자 박 기자는 “곤란하다. 그 사람이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군인인지 민간인지도) 얘기하기 곤란하다”면서도 “확인되는 것은 남이섬 워크숍을 했을 때 한 장교가 양심선언하듯이 문제제기한 사실이 있고, 그것을 들었던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합조단 발표한 1번어뢰가 아니라 다른 반잠수정 어뢰라 보느냐’는 질의에 박 기자는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 이 같은 보도를 한 이유를 두고 “당시 사건을 리마인드 하면서 최근 핵심 당사자들한테 다시 물어봐서 썼다. 천안함 9주기라고 하는데 위령탑 가서 추모하는 것도 좋지만 기자라면 도대체가 ‘정확한 진실이 뭐냐’라는 생각에서 하나라도 팩트를 던져줘서 (진실을) 종합적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라고 내 나름대로 추모방식으로 기사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고법 형사5부가 천안함 현장검증을 위해 지난해 9월18일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선체 위에 올라가 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서울고법 형사5부가 천안함 현장검증을 위해 지난해 9월18일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선체 위에 올라가 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재조사와 재검증이 필요한지를 두고 박 기자는 “당연하다. 과거 사건 초기부터 ‘침몰영상 숨겼다’, ‘1번어뢰 발견됐다’ 등 주요 기사를 직접 쓰기도 했다. 이 과정을 잘 알고, 내밀한 부분까지 꿰뚫고 있기 때문에 쓰고 싶은 기사도 많다. (사건 이후 보도하지 않은 것은) 보수정권에는 써본들 단발성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추모의 방법이라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팩트를 던져주기 위해 썼다”고 말했다.

합조단 조사결과에 문제가 많다고도 했다. 박 기자는 “칼럼으로 쓸 생각인데, 사실 합조단이 조사한 팩트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여러 군데 있다. 입맛대로 만든 정황도 많다. 사실여부를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처럼 합조단 발표했던 내용이 뭐에 근거해서 나온 것인지 검증할 필요는 있다. 논문이 발표됐는데 각주가 없는 논문인 셈이다. 발표내용의 각주가 없으니 그것을 검증해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분하게 하나하나의 사실에 대해 검증해보자는 것이다. 특히 (합조단이) 증거자체를 송두리째 가져가서 어마어마하게 조사했기 때문에 팩트들이 차고 넘친다. 거기서 넘어갈 수가 없다. 우리는 발표한 것외에는 모른다. 조사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어뢰의 부식정도가 선체와 동일하게 한 달 반 정도라고 했는데, 그 근거가 뭐냐는 것이라며 ADD(국방과학연구소)나 국과수도 보고한적이 없는데 그런 결론을 내린 근거를 따져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성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사진=박성진의 군이야기
▲ 박성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사진=박성진의 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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