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에 나홀로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비례대표 전면 폐지’ 입장에서 최근 ‘의원 정수 10% 축소 전제 논의’로 입장을 바꿨으나, 4당 합의안이 위헌적이라는 주장은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고 4당 합의안에 대한 반대 논리를 펼쳤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한국당의 선거제 개혁 반대 주장들을 살펴봤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당은 4당 합의안을 복잡하다는 이유에서 ‘묻지마 선거제도’라 주장한다. 김기선 한국당 의원은 이날도 “어떤 국회의원도 제대로 내용을 모른다”며 “밀실야합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4당이 만든 제도는 모든 걸 ‘짬뽕’했다는 걸 ‘네이밍’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다수석패 보완대표제’식으로”라며 “죽도 밥도 아니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이 제도와 문제를 이해시키기보다 ‘어려워서 문제’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 다수는 합의안이 시행되면 ‘군소정당’이 난립할 거라고 입을 모았다.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정당이 원내에 진입해 혼란을 초래할 거란 주장이다. 김재원 의원은 “정치적 이슈를 들고 나오는 정당이 오히려 과도한 의석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국정 전체가 마비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동 의원은 “극우 아니면 극좌, 또는 특정 ‘계층당’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 혼란을 초래할 수준의 군소정당 난립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역대 국회의원선거에의 정당 득표율 대비 비례의석배분이 가능한 정당은 2004년 4개, 2008년 6개, 2012년 4개, 2016년 4개 수준이다. 이를 분석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역대 국회의원 선거를 살펴보면 원내 정당은 5~6개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다당제가 아닌 ‘온건 다당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라며 “기존 정당이 잘못했을 때 일시적으로 새로운 정당이 진입할 수 있지만 결국 유권자들이 걸러낼 것이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선거제 개혁이 시기상조라는 주장 근거로 ‘남북 분단 체제’를 언급한 의원도 있었다. 송석준 의원은 “양당체제는 미국에서도 실험을 통해 입증된 제도다. 대한민국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우리는 남북 분단 체제이기 때문”이라며 “책임 있는 정치시스템에 힘을 모으고 다수 의석을 잃으면 정권을 내주고 더 열심히 해서 되찾아오려는 선의의 경쟁, 양당 체제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 남북이 하나고 정치체제가 안정화되면 다양한 이해와 소수이익 발전을 위해 다당제를 도입할 수 있으나 지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 공동대표는 반면 “(독일의 경우) 동독이 인구도 적고 소득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도 국가적 통합성이 유지될 수 있었던 핵심은 정치권력이 승자독식이 아닌 비례성 원칙에 따라 배분됐다는 것이다. 한국당 주장은 독일 통일 과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연방제와 양원제 하에서 각 주(state)들이 많은 자치적 권한을 갖고 있고 지역 대표성이 있는 상원도 있기에 극단적 갈등 속에서도 국가적 통합을 겪은 것”이라며 “알 거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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