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가 26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장관청문회에서 CJ사외이사 출신으로 CJ 등 영화계 배급·상영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사회적 우려에 “우려는 굉장히 의미 있고 거기에 대해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여야 의원들은 박양우 후보자의 발언이 불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CJ사외이사 이력을 언급하며 “영화인들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으며 박 후보자는 “사외이사 건으로 그러신 것 같은데 (우려를) 깊이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사외이사제는 대주주와 관련 없는 사람을 이사로 참여시켜 대주주 전횡을 막는 제도인데 후보자가 CJ사외이사 재직 중일 때 CJ가 7건의 공정위 조사를 받으며 시장 왜곡문제를 지적받았을 때 (바로잡는) 역할을 하나도 못했다. (CJ사외이사로) 48번 출석해서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도종환 현 문체부장관이 국회의원이던 2016년 발의한 영화의 유통업과 극장 상영업 겸업 금지와 한 영화에 과도한 상영관을 배정하는 스크린 독과점 금지 법안을 언급하며 “후보자는 찬성인가 반대인가”라고 물었다. 박양우 후보자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최 의원은 “법을 만들면 하겠다는 답변 같은데 사무관 청문회가 아니다. 장관은 견해와 소신이 있어야 한다”며 다시 도종환 법안에 찬반입장을 되물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다양한 영화가 될 수 있도록 스크린 독과점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이라며 또 다시 즉답을 피했으며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영화산업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좋을지 정부에서도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답을 내놨다.

이에 안민석 문체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후보자가 더 명쾌한 본인의 입장을 말해줄 수 없나”라고 재차 지적하자 그제서야 박 후보자는 “독과점 문제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영화산업 전체의 순환 생태, 이 문제를 가지고 (배급업·상영업) 겸영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영화계 우려는 굉장히 의미 있고 거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후 다음 질의자였던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답변이 속 시원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앞서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영대위)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진행하며 박양우 후보자의 장관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극장업(상영)과 영화유통업(배급)을 겸하는 CJ·롯데·메가박스 3개 기업이 전국 상영관의 92%, 좌석의 93.4%, 매출액의 97%(2017년 한국영화연감 기준)를 독점하는데 이해당사자와 다름없는 CJ사외이사 출신 인사가 문체부 장관이 될 수 없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박양우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청산 계획”을 묻는 신경민 의원의 질의에 “기존 (진상조사위)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하도록 지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원론적 답을 내놨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문화관광부 국장 시절 근무지를 이탈해 대학에서 수업을 들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는데 이것 역시 박 후보자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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