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차량을 사적으로 전용해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된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가 혐의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답변서를 노동위원회에 제출했음이 확인됐다.

방정오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답변서에서 자신이 등기이사로 있는 디지틀조선일보에 고용된 운전기사를 사택기사로 전용하고 급여 지급도 회삿돈으로 했음을 인정했다.

방 전 대표의 사택기사로 일하다 가족에게 폭언과 인격 모욕을 당한 후 지난해 해고됐던 운전기사가 김아무개씨는 11월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김씨 측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도 방 전 대표와 디지틀조선일보를 체불임금 미지급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지노위와 노동청 조사 과정에서 양측의 합의로 사건은 종결됐다.

부당해고와 체불임금 관련 판정은 당사자 간 합의로 판단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와 별도로 지난달 25일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가 방 전 대표를 횡령 및 배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사건은 현재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사진=TV조선
▲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사진=TV조선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방 전 대표의 서울지노위 답변서를 보면 방 전 대표는 “(운전기사) 채용 공고부터 면접, 입사 진행, 급여 지급, 4대 보험 가입, 해고 통보까지 모든 관리를 디지틀조선일보에서 담당했기에 나는 사용자가 아니며 디지틀조선일보가 사용자”라며 “김씨는 디지틀조선일보에 차량 기사 요청을 통해 차량 기사 업무를 수행한 자”라고 밝혔다.

방 전 대표는 “김씨는 디지틀조선일보 업무를 위해 고용한 기사였지만, 최초 예상보다 관련 업무 내용이 많지 않아 나머지 시간에 개인적 업무를 지시했다”면서 “디지틀조선일보 직원인 김씨에게 개인적 업무를 지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된 부분임을 인지하고, 이미 회사에 그 사용료를 입금 완료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방 전 대표가 회사에 고용된 운전기사 사용료를 나중에 입금했더라도 그동안 자신의 부인과 두 아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사적으로 전용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해고된 김씨뿐만 아니라 그전에 일했던 사택기사들도 디지틀조선일보에서 급여를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어 검찰 조사 결과 방 전 대표의 횡령액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앞서 민생경제연구소(소장 안진걸)는 검찰에 낸 고발장에서 “방정오 전 대표는 여러 대의 차량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운용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최소 1~2대는 디지틀조선일보 등 회사의 공적 차량이고 회사 일을 해야 하는 공적 운전기사를 오랫동안 사적으로 전용해 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횡령 기간이 길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 횡령 금액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12일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해 12월12일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갈무리.
방 전 대표 사택기사의 실제 사용자였던 디지틀조선일보는 지노위 답변서에서 자사에서 채용한 운전기사와 근로계약서도 체결하지 않았다고 위법 사실을 털어놨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노동자와 임금 등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 근로계약을 체결해 교부하게 돼 있다.

하지만 디지틀조선일보는 “(운전기사) 김씨에게 채용 면접 시에 1년 만기 계약사원임을 설명했고, 김씨도 이에 동의했다”면서 “김씨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기 위해 양식을 작성해 놓았지만 김씨를 근로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안진걸 소장은 “방정오 전 대표 등이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일해 온 운전기사들과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으며, 운전기사들이 온갖 인권침해와 폭언에 시달리는 일을 반복적으로 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인 방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21일 자신의 딸이 운전기사에게 수차례 폭언과 인격 모욕을 했다는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22일 TV조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일가 ‘폭언’ 피해 운전기사, 부당해고 구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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