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의 책임을 물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과거 정부 때 기관장을 불법 축출할 때는 왜 눈감고 이해해 줬느냐며 검찰과 언론을 성토했다.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5일 아침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이를 두둔하는 언론의 태도를 비판했다.

윤 전 수석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각각 집권 초 노골적인 기관장 축출과정을 두고 “불법도 그런 불법이 없었다. 한마디로 무법천지였다. 검찰은 ‘불법’을 눈감았고 언론은 ‘불법’을 이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든 생각이라며 지난 정부 사례를 들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국무회의 석상에서 “앞으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가 많을 텐데 새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한 점을 들어 경찰청장 교체에 이어 법률도 아니고 헌법에 임기가 명시된 감사원장도 국정철학이 다르다는 이유로 곧 옷을 벗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 시절은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고 했다. 윤 전 수석은 2008년 3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정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추종세력들은 정권을 교체시킨 국민의 뜻을 받들어 그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이 옳다”(국회 주요당직자 회의)고 했고 같은 시기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윤 전 수석은 사퇴종용과 압박, 표적감사, 기관장 사찰까지 온갖 불법이 자행됐고, 심지어 정연주 KBS 사장 퇴출때는 감사원 뿐만 아니라 배임죄 명목으로 검찰 수사까지 동원됐을 뿐 아니라 사퇴를 거부한 일부 공공기관장은 차량 네비게이션까지 뒤졌다고 썼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윤 전 수석은 언론을 두고도 “이 시기에 정권의 ‘전 정권 인사 몰아내기’를 ‘직권 남용’으로 수사하겠다는 검찰발 뉴스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매일경제는 2013년 3월25일자 ‘공공기관장 물갈이…MB 낙하산 ‘좌불안석’’에서 “정부는 임기가 남았더라도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업무 수행에 문제가 있는 경영자는 과감히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이른바 ‘낙하산의 꽃’이라 불리는 공기업 감사 자리도 인사 태풍 사정권 안에 든다. 임기와 무관하게 MB 측근으로 분류된 인물도 이번 인사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썼다. 이 기사를 두고 윤 전 수석은 “언론은 정권의 ‘직권남용’을 오히려 이해하는 듯한 논조를 보이면서 법적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의 퇴출을 예고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는 지난 2017년 9월13일자 사설에서 “물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공공기관장과 함께 일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뭐라 할 수는 없다.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윤 전 수석은 “사설에서 공개적으로 ‘불법’을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정권 인사는 물러나야 한다는 기사의 백미는 조선일보다. 조선은 2008년 3월14일자 ‘친노 기관장 축출 ‘정·청 합동작전’’에서 “이명박 정부가 13일 친노(親盧) 기관장들을 축출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의 ‘노(盧) 코드’ 산하 기관장들에 대한 자진 사퇴 요구 등 ‘말’이 먹히지 않자 14일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이들의 참석을 배제시키는 등 구체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은 “이들을 계속 방치할 경우 새 정부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뿐더러 대선 때 도왔던 인사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도 ‘적극 공세’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며 “정부의 한 핵심 인사는 ‘정권은 교체됐으나 주인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고 썼다. 이를 두고 윤 전 수석은 “조선일보 기사는 이명박 정부가 왜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축출하려하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해 9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해 9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윤 전 수석은 이것이 김은경 전 장관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눈으로 본 과거의 모습이라며 법이 바뀌지 않은 이상 검찰은 과거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그때는 왜 검찰이 그냥 넘어갔을까. 언론은 왜 이를 이해해줬을까.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되어 있을지라도 공공기관장의 임면권은 대통령과 장관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적어도 대통령과 장관의 인사권이 공공기관장의 임기라는 법리적 잣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수석은 과거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중 사퇴한 공공기관장은 소수에 불과한데도 갑자기 기준이 바뀌어 비판이나 논란의 대상을 넘어 법리적 잣대를 들이댔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검찰은 설명해야 한다. 과거에는 왜 권력기관을 동원한 노골적인 임기제 공무원의 축출이 ‘불법’이 아니었는지를. 만일 제대로 설명을 못한다면 간섭하지 않고 자율권을 주는 정권에게 검찰이 더 가혹한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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