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긴급 출국금지로 무산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태국행 출국을 두고 언론은 ‘해외 도피 시도’ 의혹에 방점을 찍었다.

관련 사실을 첫 보도한 한겨레는 25일 “법무부 및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수사와 출국금지 규정을 잘 아는 김 전 차관이 법률의 빈틈을 노리다가 오히려 허를 찔린 모양새가 됐다”며 “수사 전 도주를 시도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은데다, 이런 전력은 영장 청구나 발부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짚었다.

25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김 전 차관은 비행기 탑승 2분 전인 22일 오후 11시58분에 출국이 막혔다. 23일 0시20분에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는 타이에어아시아엑스 703편 탑승구에서였다. ‘인천국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법무부→대검 진상조사단→법무부→공항’ 순으로 보고와 지시가 숨가쁘게 이뤄지며 긴급 출국금지가 내려졌다.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김 전 차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법무부 장관에 긴급 출국금지 요청했고 법무부가 이를 곧장 승인했다.

▲ 25일 한겨레 2면
▲ 25일 한겨레 2면
▲ 25일 중앙일보 2면
▲ 25일 중앙일보 2면

김 전 차관은 당시 선글라스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렸고 경호원으로 보이는 2명 및 가족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을 대동했다. 앞장 선 남성의 외관이 김 전 차관과 닮아 누리꾼들 사이에선 ‘대역을 쓴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언론은 ‘해외도피 의혹’부터 ‘위법한 출국금지’까지 다양한 해석론을 내놨다. 경향·한겨레는 도피 의혹에 방점을 찍었다. 경향신문은 “예매하지 않은 점,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는 점을 보면 김 전 차관이 자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 해외로 도피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가장 큰 의혹은 왜 갑작스럽게 출국을 시도했느냐는 것이라며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5일 정례회의에서 김 전 차관을 우선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과 연결해 보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 25일 조선일보 10면
▲ 25일 조선일보 10면

조선일보는 긴급 출국금지의 위법성 논란을 비중있게 다뤘다.(10면 “‘피의자’도 아닌데 긴급 출금… 불법 논란”) 긴급 출금은 일반 출금과 다르게 ‘피의자’만 대상으로 두는데 김 전 차관은 ‘피내사자’ 신분이라는 점에서다. 조선일보는 출입국관리법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인정되는 피의자’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피의자’로 대상을 한정해놨다며 “검찰이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했다”는 법조계 평을 전했다.

중앙·세계일보 등도 같은 지적을 실었다. 특히 대검 진상조사단은 강제 수사권이 없어 출금 요청을 할 수 없기에 동부지검에서 파견된 조사단 소속 검사가 편법으로 권한을 행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검 관계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진상조사단 검사들은 서울동부지검 소속 검사로 겸직 발령돼 있어, 서울동부지검 검사 자격으로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도 ‘피의자는 형사입건된 피의자뿐 아니라 내사사건의 피의자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번 조치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상설특검, 특임검사 수사 등이 거론된다. 김 전 차관 사건을 곧 넘겨받게 될 검찰은 일선 검찰청 형사부에 수사를 맡기지 않고 별도 수사팀을 꾸릴 가능성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_김학의 성접대 피해 여성, 윤중천의 꼭두각시였다__종합 01면_20190325.jpg
▲ 25일 서울신문 1~2면
▲ 25일 서울신문 1~2면

“탈출 시도하자, 성관계 장면 찍어 인터넷에 공개 협박… 김학의는 변호인 회유도”(2면) 서울신문은 김 전 차관을 고소한 피해여성 이아무개씨 변호인이었던 박찬종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2014년 이씨 변호인이었던 박 변호사는 “이씨가 당시 강원도 원주 별장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김 전 차관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해도 저항할 수 없었던 것은 윤씨에게서 공간적으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윤씨의 노예나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윤씨는 김 전 차관에 성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씨다.

서울신문은 이씨의 충격적 진술에도 검찰이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꼬집었다. 당시 경찰 수사관은 서울신문에 “2013년에는 이씨의 피해 사실에 상습 강요와 불법 촬영 혐의만 적용됐지만, 이씨가 윤씨에게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김 전 차관이 인지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향후 재수사에서 특수강간(공소시효 15년) 혐의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5일 한겨레 3면
▲ 25일 한겨레 3면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선 ‘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 진상규명’ 집회가 열렸다. 서울권 6개 여대 학생들을 포함해 여성 200여명이 모여 “장자연 사망 사건은 피해자 이름이 아닌 가해자 이름 ‘방 사장 사건’으로 불려야 한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 나라 여배우는 정·재계의 노리개냐. 연예계 성 상품화 없어지는 그날까지. 조선일보 대표이사 방상훈. 더컨텐츠 엔터 대표 김종승. 권력 남용 가해자는 똑똑히 들어라. 여성의 이름으로 너희를 징벌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시작했다.

▲ 25일 경향신문 12면
▲ 25일 경향신문 12면

한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내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의혹이 제기된 ㅎ성형외과 원장을 입건했다. 혐의는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로 기재한 의료법 위반이다. 서울청 광수대는 이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간호조무사를 불러 조사를 마쳤다.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 경향신문·국민일보·동아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한겨레가 단신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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