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뚜렷한 근거 없이 공익제보자를 특정 짓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YTN의 경우 공익제보자를 추측할 수 있는 보도를 수일 간 이어갔고 조선일보, 머니투데이는 공익제보자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제보자에게 압박이 될 수 있는 보도를 내보냈다. 언론의 단독 욕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도 행태가 공익신고자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22일 ‘버닝썬 게이트’ 사건 가운데 가수 정준영씨의 불법촬영 혐의와 관련해 “경찰은 정준영씨가 12일 귀국했음에도 14일 경찰에 출석할 때까지 정작 핵심 증거인 정씨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엉뚱하게 디지털 포렌식 업체를 수색해 ‘공익제보자를 색출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시민들 의구심이 일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언론 역시 뚜렷한 근거도 없이 공익제보자를 추정한 후 윽박지르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YTN은 지난 11일 오후 5시 뉴스 ‘YTN 24’에서 “성 접대 대화, 동료연예인 휴대전화서 확인”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했다. YTN은 “취재 결과 카카오톡 대화의 출처는 승리 씨와 같은 채팅방에 있던 동료 연예인의 휴대전화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예인이 휴대전화 수리를 맡기면서 전모가 처음 드러났고 공익제보와 수사로 이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카오톡 대화가 조작됐다는 승리 측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나, 휴대전화 수리업체가 제보한 것처럼 과도하게 특정했다는 대목이 지적 받았다.

▲ 지난 11일 YTN 보도 갈무리.
▲ 지난 11일 YTN 보도 갈무리.

다음날인 12일 YTN ‘더 뉴스’는 제보자 신원을 추정할 만한 수준의 카카오톡 입수 경위를 부각했다. 취재 기자와 대담을 나누던 노종면 앵커가 “이 톡방의 대화는 어떻게 드러나게 된 것인지 어떻게 입수된 것인지 YTN에서 보도한 내용이?”라고 묻자 기자는 “(정준영씨의) 휴대전화가 고장이 나서 업체에 맡겼고 그 과정에서 공익제보자가 한 언론에 제보를 하게 되면서 보도가 됐다”고 답한 것이다. 

노 앵커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입수 경위를 보면 수리기사가 물론 공익적인 생각을 했겠지만 그걸 다운받아서 누구에게 제보한 거 아니겠나?”라고 거듭 물었다. YTN은 이후 13일 “정준영 승리 내일 나란히 경찰 소환”, 13일 “‘성 접대’ 승리 ‘몰카’ 정준영 오늘 소환” 등 보도에서 지속적으로 카카오톡 대화 출처에 초점을 맞췄다.

민언련은 “현재 정준영 카톡 대화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공익제보자의 대리인은 방정현 변호사다. 방 변호사는 제보자 신변 보호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어디에도 신원을 밝힌 바 없다. 따라서 YTN 보도는 정황상 추측일 뿐 단정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YTN은 휴대전화 복구 업체 직원이 제보자라고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YTN 보도가 ‘팩트’임이 밝혀질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엔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내용의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다”며 “YTN이 행위 당사자가 공익신고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승리 성접대 의혹에 대한 증거 효력 여부를 입증하겠다는 목적에 사로잡혀 관련법조차 고려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알면서도 단독의 욕심으로 보도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공익신고자 신변에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익제보자 겁박하는 보도’ 사례들도 있다. 조선일보는 14일 “휴대전화 수리 맡기기도 겁나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찰이 정씨가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던 사설 포렌식 업체를 압수수색했다며 업체 이름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업체) 작업 자체가 스마트폰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사라진 데이터 행방을 찾는 일이다보니 직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 데이터를 가져갈 수도 있다”고 한 뒤 “직원들도 고객 정보 유출이 범죄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 발언을 기사에 실었다. 공익제보 행위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운 것이다.

▲ 14일자 조선일보 12면 기사.
▲ 14일자 조선일보 12면 기사.

같은 날 머니투데이는 “[팩트체크]정준영 폰 복구업체, 제보자라면 오히려 처벌 받는다?”라는 기사에서 제보자가 공익제보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머니투데이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로 별표에 별도로 나열한 284개의 법에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은 없다. 그런데 현재까지 정준영 휴대전화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카톡 대화방과 동영상만으로 가늠할 수 있는 범죄는 대부분 일반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 관련”이라며 “법에 따른 ‘공익신고자’ 보호가 안 된다면 오히려 제보자가 범죄혐의자가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같은 날 연합뉴스는 “일각에서는 정준영 몰카 내용 등이 담겨 있는 카카오톡 대화를 제보한 것이 타인의 비밀을 무단으로 유출한 불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공익신고이기 때문에 불법이라 하더라도 제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관측”이라고 보도했다.

민언련은 “언론은 공익신고자를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을 취재‧보도하는 일을 멈추고 공익신고자를 겁주는 보도는 반드시 삼가야 한다.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왜 존재하는지, 기자들이 보도하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런 보도는 나올 수 없다”고 비판하며 “언론의 단독 욕심과 호기심이 공익신고자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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