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고속道 휴게소 방치 ‘나몰라라’ 교사..경찰 수사”

2017년 6월13일자 대구CBS의 단독보도. 부제는 “버스서 용변 본 6학년 휴게소에 홀로 남겨..아동 학대 혐의”였다. 리드문장은 “대구의 한 교사가 현장학습을 가던 중 초등학생을 고속도로 휴게소에 홀로 남겨두고 떠난 사실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였다. 반향은 엄청났다. 교사를 향한 비난은 거셌다. 기사만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구CBS보도로 재구성한 사건은 이러했다. 5월10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천안으로 현장학습을 가던 중 갑자기 배가 찌를 듯 아려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학생은 담임교사에게 이를 알렸다. 교사는 비닐봉지를 건네며 “이곳에 볼일을 보라”고 지시했고 학생은 버스 한구석에서 대변을 봐야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 탄 버스에서 볼일을 본 학생은 창피함에 얼굴을 들지 못했고, 학생이 현장학습에 참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교사는 그를 인근 휴게소에 내리게 했다. 그리고 학부모와 상의 하에 아이를 휴게소에 두기로 하고 자신은 떠나버렸다. 1시간 뒤 대구에서 70여㎞ 떨어진 휴게소에 도착한 어머니는 외딴곳에 덩그러니 남겨진 아이를 보고 경악했다.

대구CBS는 “과목 전담 교사, 교감 등 학생과 함께 휴게소에 남아줄 교사 인력이 충분했지만 교사는 누구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았고 학생은 보호자도 없이 휴게소에 남게 됐다”고 보도했다. 격분한 부모가 학교에 항의했고 대구시교육청이 교사를 직위해제한 뒤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으며,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게 됐다는 게 기사의 결론이었다.

당시 대구CBS 기사에서 교사 입장은 “휴게소를 떠난 뒤에도 휴대전화로 계속 전화를 하며 학생을 챙겼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가 전부였다. 대구CBS는 기사 말미 익명의 교사 발언을 인용, “아무리 급해도 버스 안에서 비닐봉지에 용변을 보라는 건 학생의 인권을 깡그리 외면한 처사”라며 교사를 비판했다.

대부분 고속버스 안에서 본능을 거부해야 하는 그 급박한 상황을 겪어봤을 것이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무리 급해도 사춘기에 접어들 6학년 여학생에게 고속버스 뒷자리에서 변을 보라고 했다니. 그리곤 휴게소에 혼자 버려두고 떠났다? 학생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지며 이 사건 교사는 공분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해당 기사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네이버 댓글은 “정신병자 아냐? 어떻게 친구들이 있는 버스 안에서 초등학교 6학년한테…진심으로 너무 화난다”였다. “너무 소름 끼친다”, “교사로서 자격미달이다”, “차에서 용변을 보란 것도 부족해 휴게소에다 혼자 두고 가다니 진짜 답 없는 교사”라는 댓글도 많은 공감을 받았다.

▲ 2017년 사건 당시 YTN보도화면 갈무리.
▲ 2017년 사건 당시 YTN보도화면 갈무리.
교총과 전교조 모두 보도에 반발했다

그러나 대구CBS 보도는 당장 비판을 받았다. 대구교총은 대구CBS 보도 다음날인 6월14일 성명을 내고 “초등교사 직위해제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언론도 편향적·자극적 보도 행태를 지양하라”고 주장했다.

당시 대구교총의 성명으로 재구성한 사건은 이러했다. 교사는 낯빛이 안 좋은 채 물어도 어디가 아픈지 말하지 않는 학생을 지압도 해주며 계속 관심을 기울였고, 그러다 ‘다급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자 휴게소 도착 전에 정차할 마땅한 곳을 버스기사에게 요구했으나 여의치 않아 학생들에게 충분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을 누차 강조하고 버스 맨 뒷좌석 쪽에서 급한 일을 해결하도록 했다.

교사는 학생이 체험학습에 끝까지 동행해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지만, 부모의 강권에 따라 휴게소 커피숍을 가리키며 학생에게 그 안에서 엄마를 기다리게 했고 몇 번이나 엄마 오셨냐고 학생과 통화를 이어갔고, 학생 어머니와 통화에서도 조심해서 데리고 가라며 마음을 썼다.

대구교총은 “교사는 자신의 진심어린 조처가 한순간 학대로 돌변한 현실 앞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에 빠져 있다. 그 날 상황을 생생히 목격한 반 아이들은 선생님의 잘못이 없다며 하루빨리 교단에 돌아올 것을 요구하고 있고 반 학부모들도 당시 상황을 알리며 큰 힘을 보태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교총은 언론보도를 가리켜 “쌍방 간의 사실 확인 한번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을 내보내는 치우친 보도는 매우 위험하고 왜곡된 여론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대구교총 성명 다음날인 6월15일엔 전교조 대구지부가 성명을 내고 “대구교육청은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막기 위해 노력했을 뿐, 정작 학생이 받았을 수치심이나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나 회복 지원, 그리고 학교나 교사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나기 전까지 교사를 보호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하며 역시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철회를 요구했다.

당시 전교조 대구지부의 성명으로 재구성한 사건은 이러했다. 학생이 복통을 호소하며 화장실을 가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교사가 버스기사에게 차를 세워줄 것을 요청했으나 버스기사는 도로교통법 상 불가하다고 했다. 학생의 심각한 복통호소에 교사는 학생을 뒷자리로 데려가 비닐봉투에 용변을 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수치심을 느낀 학생은 현장학습에 가지 않고 집에 가겠다고 요청했고, 상황을 인지한 학생의 보호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교사는 휴게소에 해당 학생을 혼자 내리게 한 후, 반 학생들과 함께 체험학습 현장으로 향했다.

사건 이후 학생의 학부모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학생은 5월11일과 12일 이틀간 등교하지 않았다. 5월15일 학생은 전학을 가게 되었고 17일 담임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명령이 내려졌다. 사건발생 8일 만에 이뤄진 조치였다.

대구교총과 전교조 대구지부가 설명한 사건의 정황을 종합해보면 대구CBS 보도에서 비춰진 정황과는 사건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구CBS가 시간을 기울여 사건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봤다면, 교사 측 반론을 충분히 듣고자 노력했다면 보도 직후 ‘마녀사냥’에 가까웠던 여론도 달랐을 것이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용변’ 사건의 결말

일명 ‘용변’ 사건은 어떻게 끝났을까.

교원 소청 심사위원회는 그해 8월1일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처분 취소결정을 냈다. 교육청이 교사를 직위해제할 때 내건 요건이 ‘직무수행 능력 부족’이었는데,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교사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2018년 5월18일, 대구지법은 1심 판결에서 교사에게 벌금 800만원 형을 선고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벌금형을 받은 교사는 더 이상 교직을 맡을 수 없었다.

재판부는 학생을 고속도로 휴게소에 혼자 둔 것을 ‘교육을 소홀히 한 방임행위’라 판단했다. 학생의 어머니가 휴게소에 도착하기까지 약 1시간 동안 피해자의 기본적인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것.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성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휴게소 보호소 등 안정한 장소에 데려다 주거나 믿을 수 있는 성인에게 보호를 부탁하는 등 기본적인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교총과 전교조는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교총은 “학부모에게만 초점을 맞춘 편파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교총은 “당시 학부모는 교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자녀를 휴게소에 하차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고, 교사는 학생의 하차이후에도 휴게소 커피숍 직원에게 보호를 당부함과 아울러, 수차에 걸쳐 학생 및 학부모와 통화하며 상황을 확인하며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또한 “이번 판결은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평가를 넘어서는 과도한 수위에 있다”며 반발했다. 전교조는 “이것이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한 전범이 될 경우 아동복지법이 교사에 대한 분별없는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아동복지법을 희화화하고 법의 본래 취지마저 훼손하게 된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후 교사는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 선고유예결정을 받았다. 선고유예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선고하지 않는 판결의 일종이다. 선고유예로 교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대구교총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교사는 현재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교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법원이 인정한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학생은 휴게소 화장실에서 울면서 나오지 않았고, 교사는 학생 어머니로부터 “이 상태로 현장체험 학습을 갈 수 있겠느냐”며 “데리러 가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교사는 “안 가면 다른 애들이 더 이상하게 볼 거다, 가야 된다”며 버스에 태웠으나 “애가 천안까지 안 가려고 한다. 원하는 대로 해 달라. 휴게소까지 데리러 가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결국 학생을 휴게소에 남겨두고 떠났다.

당시 버스에는 또 다른 교사가 한명 더 타고 있었다. 판단에 따라 교사 한 명이 휴게소에 남아있을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은 “교사가 판단 실수를 했고 해당 교사도 그 부분은 실수라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는 자신의 ‘실수’에 비해 과도한 비난을 받았다. 그는 온라인에서 ‘싸이코’ 취급을 받으며 조리돌림 당했다.

대구CBS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방임’이 아닌 ‘배변’이란 자극적 이슈에 초점이 맞춰졌고, 교사 측 입장이 충분히 실리지 않은 보도로 인해 교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혹자는 여전히 교사의 선고유예 판결을 이해할 수 없거나, 교사가 복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게 바로 ‘첫 보도’의 힘이다.

해당 기사를 쓴 대구CBS 기자는 “(미디어오늘 기사에서) 부모의 강권이 있기 전 교사의 강권이 있었다는 사실이 언급되지 않았다. 학생이 창피함과 수치스러움에 체험학습을 중도 포기하고 싶어 했지만 교사는 괜찮다고 강권했다. 처음부터 학생의 의견을 존중했다면 부모가 급히 하차를 요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사는 마치 학생 손을 잡고 커피숍까지 데려다준 것처럼 읽히지만 CCTV를 확인한 해당 휴게소 직원들과 통화해보니 아이를 직접 맡겨두지 어떻게 고속도로로 나가는 길목에 혼자 내려둘 수 있냐고 했다”며 “교사가 마치 업무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모든 책임을 다한 것처럼 읽히는 부분의 수정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교사가 학생에게 “너 때문에 피해보잖아”라고 말한 부분이 기사에 포함되지 않아 “마치 교사는 억울하고 선한 사람, 학생과 부모는 이 사건을 유발한 사고뭉치처럼 읽힌다”며 “학생의 상처를 보듬지 못한 교사의 언행에 대한 부분도 적어줘야 공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기사의 댓글에 등장하는 학생의 장염 여부에 대해서도 “아이가 이전부터 장염이 있었다는 부분은 확인된 바가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마치 팩트인 것처럼 돌고 돌아 유언비어가 사실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3월27일 오전 11시30분 대구CBS기자 입장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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