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행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배우자 민주원씨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전 지사의 비서 김씨가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네이버 기준 23일 오후까지 해당 민주원씨 주장을 옮긴 기사는 29건 이상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MBN, 세계일보, 국민일보, 오마이뉴스,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아시아경제, 이데일리, 아이뉴스24, 뉴스프리존 등에서 민주원씨의 페이스북 주장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들은 대부분 민주원씨의 페이스북을 인용하고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의 입장을 합쳐 만들어졌다.

▲ 23일 오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민주원'으로 검색할 시 찾아볼 수 있는 기사들.
▲ 23일 오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민주원'으로 검색할 시 찾아볼 수 있는 기사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민주원씨가 글을 올린 후 공대위 측 페이스북에 “언론에 요청한다. 해당글의 전문을 싣거나 인용하는 것은 반드시 삼가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공대위 측은 “안희정 피고인 배우자 민주원씨의 글에는 심각한 수준의 피해자 개인정보 침해와 유포가 있다. 법정에서 이미 검토되고 다뤄진 내용, 자료들”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피고인 측은 무차별로 왜곡하고 심지어 의료기록을 본인 동의 없이 유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대위의 요청에도 29건의 기사가 포털에서 검색되는 가운데, 특히 아이뉴스24와 뉴스프리존은 민주원씨가 올린 비서 김씨의 개인 병원 기록 사진까지 그대로 기사에 첨부해서 올렸다.

공대위의 한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반적인 기자라면 피해자 개인정보의 유출 배경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고, 해당 자료가 법정에서 다뤄졌다고 알렸는데도 이를 그대로 캡쳐해 기사에 활용하는 것은 진실이나 사실을 알리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본다. 주장하는 사람의 주장을 그저 퍼나르면서 자극적인 부분을 강조해 클릭수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많은 언론매체들이 인터넷에는 민주원씨 주장을 받아 보도했으나 지면에는 해당 기사를 싣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기사들이 클릭수를 위한 기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민씨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 가운데 지면 신문을 둔 언론이 대다수지만 인터넷판에서는 송고한 민주원씨 관련 기사를 지면에 보도하지 않았다. 네이버 포털에 해당 기사가 검색되는 언론사 중 지면에도 같은 기사를 실은 곳은 중앙일보 뿐이다.

▲ 중앙일보 23일 8면 기사.
▲ 중앙일보 23일 8면 기사.
중앙일보는 22일자 지면에 민주원씨가 “비서 김씨가 증거로 제출한 진단서는 허위”라는 주장과 의료기록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언론환경 변화로 인해 지면 기사 배치보다 인터넷 기사의 배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언론사도 있지만 지면이 있는 언론사는 지금껏 중요한 기사, 보도가치가 있는 기사는 보통 지면을 활용해 보도해왔다. 포털 사이트에는 게재하지만 지면에는 기사를 넣지 않는 이유는 해당 기사가 크게 기사 가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안희정 성폭력 공대위 관계자는 “민주원씨의 글 전문을 그대로 퍼나르거나 민씨가 올린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진단서를 올린 언론, 공대위의 입장 없이 민씨의 일방적 주장만 보도한 언론은 공대위 차원에서 분류를 해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원씨측은 “3월21일 페북에 올린 글은 직접 경험하고 재판에서 확인된 사실만을 이야기했다. 특히, 진단서를 허위라고 한 것은 김지은씨가 제출한 진단서가 허위였음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졌음을 지적하는 것이고 이것은 사실이다”라고 반박했다.

※ 기사 수정 : 2019년 4월12일 오전 10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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