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환자의료정보 관리시스템 업체인 ‘이지케어텍’이 오늘(2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주식거래를 시작했다. 의료법인이자 공공병원이 대주주인 회사로는 최초다. 최근 이지케어텍의 ‘성장성’과 주가에 주목하는 경제 기사들이 쏟아졌다. 상장 당일엔 이지케어텍의 상한가를 강조하는 뉴스가 나왔다.

정치권 일각과 보건의료단체, 노동조합은 이지케어텍 상장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이지케어텍은 서울대병원이 지원 설립했다. 다른 공공기관 상장과 환자 정보를 다루는 공공기관(출자 회사)의 상장은 본질이 다르다. 해소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적했다. 서 병원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제제기가 무색하게 이지케어텍은 그대로 상장됐다. 

이지케어텍은 서울대병원이 44%를 가진 대주주다. 비상장 당시 기준으로 서울대병원 교직원과 그 일가족 77명이 49%를 보유하고 있다. 이지케어텍이 상장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지케어텍 상장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내 의료정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류언론이 드러내지 않는 질문이다. 

▲ 서울대병원이 대주주인 국내 최대 환자의료정보 관리시스템 업체 '이지케어텍'이 22일 상장한 전후로 이지케어텍의 ‘성장성’과 주가에 주목하는 경제 기사들이 쏟아졌다. 네이버 뉴스 검색결과
▲ 서울대병원이 대주주인 국내 최대 환자의료정보 관리시스템 업체 '이지케어텍'이 22일 상장한 전후로 이지케어텍의 ‘성장성’과 주가에 주목하는 경제 기사들이 쏟아졌다. 네이버 뉴스 검색결과

이지케어텍은 환자 접수와 입·퇴원, 검사와 처방과 진료 등 모든 환자의 진료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다. 의료진과 직원은 이 시스템으로 환자의 관련 정보를 기록하고 열람한다. 이지케어텍은 환자 의료정보 관리업계 대표주자다. 서울대병원과 가천대 길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국내 주요 종합병원들이 이지케어텍 시스템을 이용한다. 전체 시장점유율도 가장 높다.

환자 정보시스템을 다루는 업체가 주식에 상장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 보건의료단체 등은 상장기업이 주주들의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정보를 2차로 가공·추출해 민간 보험회사에 거래하는 식으로 수익에 활용할 위험이 크다고 말한다. 서울대병원노조는 “민감한 병원정보 관리 시스템을 민간 손에 맡기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 이지케어텍 사이트 홍보이미지
▲ 이지케어텍 사이트 홍보이미지

서울대병원은 과한 걱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례는 있다. 지난 2015년 SK텔레콤와 지누스 등 업체들은 전자처방전 프로그램과 요양급여청구 프로그램 사업을 하면서 환자의 정보를 불법 수집해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지케어텍의 클라우드 사업도 우려를 더한다. 이지케어텍은 지난해 말부터 각 병원 서버가 아닌 클라우드 기반의 의료정보 시스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과도 상통한다. 정부는 지난해 진료정보 교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의무기록시스템 인증(규격화)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지케어텍도 주요 참여자다. 각 업체들의 의료정보 시스템을 규격화해 환자들의 진료정보가 각 기관 사이를 드나들기 쉽게 만들려는 목적이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환자 개인건강정보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 이지케어텍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만약 병원끼리 진료정보를 공유하는 클라우드‧빅데이터 사업이 실현되면 환자들은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측은 “이지케어텍은 개인의료정보를 가공하는 곳이 아니라 유지‧관리하는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다. 환자의 의료정보를 가지고 뭔가를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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