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춘 EBS 이사장의 아들 신아무개씨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유 이사장은 아들의 결백을 강하게 주장했다. 지난해 9월 EBS 신임 이사장에 임명된 유 이사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친누나다.

유 이사장은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들 소식은 1심에서 무죄가 난 뒤 알았다. 아들이 엄마 걱정한다고 뒤늦게 알렸다”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정치범이 아닌 일반 형사범이라 항소심에서 뒤집힐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검사가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판결이 무죄에서 유죄로 뒤바뀌었다. 상고심에 여러 분이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판사들이 읽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 유시춘 EBS 이사장. 사진=EBS 제공
▲ 유시춘 EBS 이사장. 사진=EBS 제공
법원이 받아들인 검찰 주장을 보면, 아들 신씨는 2017년 10월 말~11월 초 사이 외국에 거주하는 성명 불상자와 대마를 국내에 밀반입하기로 공모한 뒤 실제 대마 9.99g을 스페인 발 국제통상우편물에 은닉해 국내로 들였다는 것이다.

우편물 배송지는 신씨가 작업하는 사무실이었다. 수취인은 ‘BORI(Page1)’이었다. ‘김보리’는 사건 당시 신씨가 집필하던 영화 시나리오 속 주인공 이름이다.

1·2심 판결은 180도 달랐다. 지난해 4월 1심 재판부는 “적어도 피고인(신씨)이 대마를 수입하는데 관여한 경위 정도는 밝혀져야 하는데, 피고인이 성명 불상자로부터 대마를 매수 또는 무상 제공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계좌거래 내역, 이메일 전송내역 등의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도 2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유 이사장에 따르면 2심 유죄에 화들짝 놀란 유 이사장과 신씨의 아내는 급히 스페인 출신의 사설탐정을 고용했다. 보낸 사람, 즉 ‘발신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우편물에 발신지는 기재돼 있었지만 발신인 이름은 없었다.

사설탐정이 찾은 발신지는 스페인인이 사는 별장이었다. 별장 거주인은 자신의 주소가 범죄에 도용됐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관할 스페인 경찰서에 ‘성명 불상자’를 수사 의뢰했다. 

신씨 아내도 통역을 붙여 스페인 경찰에 수사 의뢰서를 접수했으나 “개인이 제출한 수사 의뢰서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한국 경찰이 수사 의뢰를 요청하면 수사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유 이사장과 아내는 지난해 말 사설탐정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서울경찰청 산하 마약 전담 수사팀에 제공하고 우편물 발신자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사 사건을 맡은 경험이 있는 스페인 탐정의 판단은 발신자가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뒤 신씨와 사제지간인 이창동 감독과 유시민 이사장 등도 탄원서를 상고심에 제출했다고 한다. ‘본인이 끝까지 무죄와 결백을 주장하고 1심도 무죄였는데 추가 증거 없이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서울고등법원 차문호, 신종오, 최항석 판사였다. 유 이사장 측 입장에서 차문호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라는 점은 미심쩍은 대목일 수 있다.

유 이사장은 통화에서 “검사가 항소했지만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뒤집힐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내가 움직이면 말이 나올까봐 아들 구명을 위해 그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일체 사법 절차 안에서 상고심에 탄원서를 내고 스페인 사설탐정을 고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모발과 혈액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며 “우편물 수신지는 아들이 한 달에 3~4번 나가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영화 기획사 사무실이다. 새 장편 영화 주인공 이름인 ‘김보리’를 책상 유리창 등에 붙였는데, (대마를 보낸 사람이) 기획사를 오갔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의심한다. 대마초를 피우지 않았는데 그걸 유통해 돈 벌려고 구입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신씨는 지난 2014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적 있다. 무죄가 선고됐으나 모발 감정 결과 대마 성분이 검출됐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명 불상자와 공모해 대마를 밀수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대마임을 알고 밀수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며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유 이사장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EBS 이사장 사퇴 요구에 “아들은 성인으로 독자적 인격이다. 만에 하나 아들이 실책을 했더라도 어머니에 책임을 물을 순 없다”며 “자리에 미련은 없지만 EBS를 통해 신세대가 건강한 역사의식을 갖고 그들이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일각의 정치 공세에 굴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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