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는 과거 KBS 사측이 노골적으로 노동조합 선거에 개입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만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지난 12일 “과거 KBS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 조사보고서를 채택‧의결했다고 21일 밝히면서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지난 2008년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치러진 KBS 노조 12대 위원장 선거 당시 결선 투표에 오른 후보는 두 명이었다. 이병순 사장 반대 입장을 걸었던 기호 4번 김아무개 후보와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 당시 노조 집행부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강아무개 후보였다. 1차 투표에서 기호 4번 김 후보는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해 2위를 차지한 기호 1번 강 후보와 결선 투표를 치렀다.

그런데 결선 투표를 하루 앞두고 경영진의 지역 위문 방문 일정이 잡혔다. 기존 연말에 진행해왔던 행사였지만 결선 투표 하루 전으로 변경됐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진미위는 당시 경영진의 출장 내역을 확인해 유아무개 부사장과 6명 본부장이 전국 각 지역 소중계소를 방문하고 20명의 간부도 같은 지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지역을 방문한 간부들은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 지지를 요구했다. 예를 들어 구내 식당에 직원들을 불러놓고 ‘방송기술 직종 후보가 위원장이 되지 않으면 기술직 직원들은 분사나 아웃소싱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결국 결선투표에서는 1위와 2위가 바뀌어 기호 1번 강아무개 후보가 당선됐다.

진미위는 보고서에서 “KBS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측의 노골적 노조선거 개입으로 노조의 분열과 극심한 노노, 노사 갈등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미쳤으며 궁극적으로 KBS의 신뢰도와 경쟁력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2014년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이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을 폭로하고 난 뒤 사장 퇴진 총파업이 예고되고 보직 사퇴가 잇따른 상황에서 사측의 개입도 드러났다.

진미위에 따르면 KBS 사측 임원과 국부장급 간부들이 파업을 비난하거나 업무복귀를 종용하는 성명서를 사내게시판에 올렸는데 연명한 간부들을 면담한 결과 동의 없이 이름이 올라가고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진미위는 연명을 거부한 간부가 다수였지만 그 대가로 보직해임이 된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KBS 방호를 담당하는 안전관리실 간부들이 소속 청원경찰 대원들의 사내 정보통신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관리하면서 사이버 여론 조작을 시도한 사례도 나왔다.

지난 2010년 7월8일 조합원과 청원경찰의 충돌 때 ‘연봉계약직 청원경찰 일동’ 명의로 조합원을 비난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해당 글은 복수의 대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작성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게시글 추천을 누른 것도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진미위는 “이러한 행위에 동참하지 않는 대원들에게는 근무 배치와 근무 고과를 불리하게 주거나 비연고지에 발령 내는 등 여러 불이익이 가해졌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이런 부당노동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당 조사 결과를 내외에 발표하고 연수원이 향후 직원 교육에 활용할 것을 사장에게 권고했다”며 “2014년 보직 간부들의 집단 성명 게시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으므로 필요시 감사실의 추가 감사로 처분 조치할 것도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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