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노동신문 기존 배포권자 연합뉴스와 신규 계약자 뉴스1 간 갈등이 연합 측 형사고발로 이어졌다. ‘뉴스1이 노동신문을 무단 배포했다’는 이유는 표면적일 뿐 본질은 양쪽 간 주도권 싸움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연합은 뉴스1이 과당경쟁으로 남북교류협력 질서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뉴스1은 기득권 통신사의 갑질이라 반발한다.

연합뉴스는 지난 18일 통신사 뉴스1 등을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뉴스1이 2017년 3월부터 노동신문 기사와 사진을 법이 정한 정부 승인 절차 없이 무단 사용·배포했다는 이유다. 북한 물품을 반입하는 자는 대통령령에 따라 일부 거래 조건에 관해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13조) 이를 어겼단 취지다.

언론계 일각에선 이를 법적 다툼이 아닌 다른 의도로 본다. 법적 싸움으로 얻는 실익이 적다는 점에서다. 한 통일부 기자는 “뉴스1이 했듯 우회 접속해 노동신문을 보는 매체는 많다. 오랜 관행인데다 ‘원 소스’로 기사를 쓰는 건 건전한 취재 행위”라며 “승소 여부도 그렇고 언론계 관행에도 배치돼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 자료사진.
▲ 자료사진.

이번 고발은 신규 계약 체결을 지연시키면서 통일부를 압박하는 의도란 분석도 나온다. 계약을 실제 추진한 머니투데이그룹은 일본 주재 노동신문 판권 대행사 ‘코리아메디아’와 기초 합의서를 쓰고 지난 1월부터 통일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통일부는 그동안 두 차례 이상 자문회의를 열며 계약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은 ‘통신사가 배포 업무를 하는 게 좋겠다’는 통일부 권고에 따라 계약자로 부각됐다.

평행선 달리는 연합뉴스와 뉴스1

양쪽 입장은 극명히 갈린다. 연합은 코리아메디아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그 배경에 기존 금액의 3배에 달하는 계약금 약정이 있다고 본다. 과당경쟁을 금지하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배란 주장이다. 연합은 “한 민영통신사가 남북교류협력 질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데도 연합뉴스보다 가격을 상당히 올려 코리아메디아와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은 ‘정상 거래’라며 억울하단 입장이다. 뉴스1 관계자는 19일 “코리아메디아가 기존 계약 종료 후 새 계약자와 계약을 맺는 지극히 상식적 과정”이라며 “기존 계약금 규모는 몰랐고 누구도 말해주지 않아 알 수도 없다. 머투로선 합리적 수준의 가격을 말했고 그게 기존 금액보단 높은 것 같다. 계약금은 통일부와 합의해야 할 조건으로 아직 확정도 안 됐다”고 밝혔다.

연합은 코리아메디아가 애초 갱신 불가 결론을 내리고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코리아메디아를 상대로 한 연합의 협의 노력이 공수표가 된 상황이었다며 머투 측이 물밑으로 북한 당국을 접촉해 큰 규모의 계약금을 제안했단 입장이다. 정부 책임론도 제기됐다. 한 연합뉴스 기자는 “연합과는 협상조차 하지 않았던 걸로 안다. 2년 후 또 3배가 오를지 누가 아느냐. 금액을 무조건 올려주는 쪽에 권리를 주는 과당경쟁을 정부가 안이하게 보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북한 보도의 전문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연합은 1999년 당시 안전기획부가 북한 보도를 통제하기 위해 소유했던 내외통신을 인수한 후 북한 보도 쇄신을 위해 모니터링실을 설치했다. 연합은 3교대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북한의 방송·라디오·신문·인터넷 매체 등을 실시간 기록하고 있다. 전문 인력도 가장 많이 누적된 데다 그동안 뉴스 공공성을 위해 타 언론사에 독점 배포권도 주장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뉴스1 기자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논리’라 반발한다. 한 뉴스1 기자는 “무조건 연합만 북한 매체와 계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뉴스1 관계자는 “정말 연합이 공정한 북한 보도를 해왔는지, 연합의 많은 인력이 뉴스 공공성을 담보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뉴스1은 미약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도 다녀왔고 북한 보도만을 위한 인력도 대거 보강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을 안착시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은 뒤 더 많은 남북교류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연합 저연차 기자들 쓴소리… ‘연합vs머투 2라운드’ 관전평도

노동신문 판권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게 통일부 출입기자들 평가다. 판권을 보유했다는 대외적 권위와 함께 대북 관계 주도권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신문 판권 정확히 말하면 ‘PDF판 독점 서비스권’이다. 노동신문 6개 지면을 온라인 판보다 30분~2시간가량 빨리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화질 사진도 제공받는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의 저연차 기자들 사이에선 “회사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기득권 의식을 버려야 한다” 등 쓴소리가 나왔다. 지난 5일부터 4차례 열린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과의 호프미팅에서다. 한 기자는 “뉴스1이 노동신문 판권을 노린다는 말은 공론화 전부터 계속 있었다. 정치부나 젊은 기자들이 회사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회사는 안일했다. 정치부가 계속 정보 보고를 했으나 위에선 대응하지 않았다. 넋 놓고 있다가 당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기자들은 사내 정치적 반발을 우려한다. 노동신문 건을 근거로 ‘사장 흔들기’ 여론이 조성된다는 우려다. 연합뉴스는 박근혜 정부 시절 보도 독립성 훼손 논란으로 갈등을 겪었다.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은 편집권 보장 제도인 편집총국장제를 무력화하거나 정권에 편향적인 보도·편집으로 논란을 낳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박 전 사장은 중도 사퇴했고 일부 임원은 해고·정직 징계를 받았다.

이번 사건을 연합과 머투 대결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5년 9월 머투가 계열사 더벨이 주최한 콘퍼런스 현장에 연합뉴스TV 취재진을 출입 통제하면서 ‘지면 전쟁’이 벌어졌다. 연합은 머투와 계열사를 비판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홍선근 머투 회장이 연합을 방문한 후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갈등의 골은 아물지 않았다.

한 뉴스1 기자는 “연합과 머투는 악연이 있다. 연합이나 뉴스1 기자들도 느끼고 있다”며 “풍계리 취재 때 한국을 대표해 북한 취재를 간다며 사내가 엄청 고무됐었다. 연말 표창 행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머투그룹 기자는 “이번 건은 머투 그룹의 대북 프로젝트 첫 시작”이라며 “그룹이 작심해 매진한 작업으로 내부에 알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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