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19일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규명 요구가 이어졌다. 고인이 강요받았던 ‘성상납’ 명단에 정치인이 포함됐다는 최초 증언이 나오고,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언급한 만큼 고인이 떠난 지 10년 만에 재수사 동력을 얻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과거 검찰이 조선일보 사주일가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연루 의혹 등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장씨 사건의 경우 ‘조선일보 방씨 일가’가 거론되면서 순식간에 수사가 마무리됐다. 진상조사단 총괄팀장인 김영희 변호사는 사건이 ‘암장’됐다고 표현했다”며 “1년치 통화내역, 디지털 포렌식 결과물, 수첩 복사본과 같은 사건 증거물이 통째로 사라졌으니 거대한 힘이 사건을 묻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고 장자연 씨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2008년 통화기록을 당시 검찰 수사팀이 확인했지만, 임 전 고문을 조사하지 않았다. 최근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밝혀낸 건데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 조사단 보고서에서 이 내용을 삭제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알고 있느냐”고 물은 뒤 “검찰의 잘못을 확인해 반성하고 개혁하기 위해 만든 과거사위원마저 이렇다면 누가 검찰의 개혁 의지를 믿겠느냐”고 질타했다.

▲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에겐 “버닝썬, 장자연, 김학의 사건 등 그간 숱한 의혹과 범죄 사실들이 드러났음에도 대통령이 나서야 사법당국이 의지를 보이는 지금의 상황이 제대로 된 거라 보느냐”고 했다. 이에 김 장관은 “대단히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답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 사건을 통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해철 의원은 박 장관에게 “장자연 사건은 언론인 뿐 아니라 국회의원까지 연루된 것으로 생각되고 60만명 이상이 청와대 청원에 참여했다. 권력층 봐주기 수사,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돼 재수사가 필요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 장관이 “(검찰 과거사위) 조사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에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사실관계가 규명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답하자 전 의원은 “공수처가 왜 필요한지 주요한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김종민 의원은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에 국민이 공분하고 있고 심각한 사건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 하나의 국정농단이라고 생각한다. 검찰·경찰 등 특권층을 비호하면서 진실을 은폐하고 힘 없는 국민과 약자를 짓밟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이런 대한민국을 바꾸자고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사건들을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촛불 민심 역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이 엄정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재호 의원은 ‘권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국민들은 권력과 언론이 유착됐다고 보는데 이런 적폐 청산을 하는지 안하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며 “장자연 사건은 검경수사권 분리와 권언 유착을 막아달라는 명령이다. 검경과 언론·정치인이 서로 유착하면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사회특권층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대정부질문 출석에 앞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으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과 관련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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