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UN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 대변인’ 역할을 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를 비판한 논평이 논란을 부르자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기사도 논평 대상”이라는 입장을 냈다.

다만 이 대변인은 앞서 논평에서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표현을 쓴 점에 대해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지난 13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인용한 블룸버그통신 보도를 한 기자를 겨냥해 “국내 언론사에 근무하다 블룸버그 통신리포터로 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문제의 기사를 게재했다”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진 14일 논평에서도 한국인 외신 주재원이 쓴 보도를 “검은 머리 외신 기사”라고 써 구설에 오르내렸다.

▲ 블룸버그의 지난해 9월달 기사 화면.
▲ 블룸버그의 지난해 9월26일 기사 화면 캡쳐.
‘김정은 수석 대변인’ 표현을 인용한 나 원내대표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기사를 작성한 블룸버그 기자의 이력과 외신 자격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논평에서 문제가 된 표현을 삭제하고 기자 성명과 개인 이력을 언급한 부분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19일 “먼저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애초 그 논평들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혹은 ‘사실상의 대변인’이라는 말을 최초 사용한 블룸버그 통신과 기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었다.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 발언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 근본 목적”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정치인 발언에 무거운 책임이 따르므로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온 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대통령을 모독하고 국민을 모욕한 발언에 사과하고 철회하라는 것”이라고 논평 목적을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기사도 논평 대상이라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기자를, 그리고 기자의 글을 비평하고 때로 비판하는 것은 정당의 정치 활동 자유에 속한다”고 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기사를 평가하면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이 적절했는지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소양과 덕이 부족해 거친 표현으로 다소 기자에게 불편을 끼쳤을 수 있고 사람에 따라 심리적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인정한다. 인간적으로 깊이 유감을 표하며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18일 오후 AAJA(아시아 아메리칸 기자협회) 아시아지부가 논평에서 문제 삼은 표현(‘검은 머리 외신기자’)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검은 머리 외신기자’라는 표현은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차용한 것으로, 마치 외국 현지의 여론인양 일부 국내 언론에 인용되는 외신 기사를 쓴 한국인 기자를 지칭하는 말”이라며 “다분히 ‘정치적 용어’이고 인종적 편견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어도 이를 빌려 정당 논평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성찰하겠다”며 “국내 주재하는 외신기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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