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17일 국회의원 수 300석을 유지하되 253석과 47석인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25석과 75석으로 바꾸고 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사표를 줄이고 민의를 더욱 반영할 수 있게 하는 민주주의의 진전이다.

연합뉴스는 19일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와 정당득표율에 이번 합의안 방식을 적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총 의석수가 18석, 자유한국당은 16석 각각 감소하지만, 정의당은 8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같은 보도는 하루 전 조선일보 지면 헤드라인과 큰 차이가 있다.

18일자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새 선거제 적용 땐…여 128→143석, 한국당 113→95석”이었다. 한국당은 18석 감소하는데 민주당은 오히려 15석 늘어난다는 내용으로, 연합뉴스 시뮬레이션과 달리 민주당의 의석수가 적지 않게 증가한 점이 큰 차이다. 정의당 의석수 역시 조선일보 해당 시뮬레이션에서 17석으로 늘어나 역시 연합뉴스 보도에 비해 증가폭이 컸다.

▲ 조선일보 3월18일자 5면.
▲ 조선일보 3월18일자 5면.
어떻게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연합뉴스와 달리 조선일보는 지난 12~1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나온 정당 지지율을 적용해 추론한 결과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그 결과 시뮬레이션 결과도 달랐다. 그러나 당장 여론조사결과를 통한 시뮬레이션은 과학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컨대 리얼미터가 tbs교통방송 의뢰로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에서 나온 정당 지지율을 적용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이 경우 민주당은 131석으로 3석이 늘고, 한국당은 113석으로 의석이 그대로다. 이에 따르면 헤드라인은 “새 선거제 적용해도 거대 양당 의석수 거의 변동 없어”로 뽑을 수도 있었다.

만약 지난 총선 당시 지지율에 적용할 경우 결과는 또 달라진다. 민주당은 23석이 감소하고, 한국당은 3석만 감소한다. 조선일보는 이 세 가지 시뮬레이션을 모두 지면에 담았는데, 결국 기사 스스로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의 한계를 보여줬다.

더욱이 조선일보의 시뮬레이션 과정에선 기존 여론조사에서 20% 이상이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이었는데 이들을 없는 존재로 만들고 정당합계 100%로 맞춰 새로 계산한 것이어서 여론조사결과를 제대로 반영했다고도 볼 수 없다. 이번에 4당이 합의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역시 감안하지 않았다. JTBC ‘뉴스룸’은 18일 팩트체크를 통해 해당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를 지적하며 “지역구 당선자 수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의 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의미 있는 시뮬레이션이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헤드라인에 올려 선거제도 개혁이 마치 민주당과 정의당의 이익만을 위한 것처럼 호도했다. 이는 바꿔 말해 한국당을 위한 왜곡에 가깝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와 한국당 의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와 한국당 의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조선일보 ‘호도’가 지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쟁 수단으로 이용되며 확대 재생산된다는 사실에 있다. 지난 18일 오전 자유한국당 비상연석회의 자리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민주당은 143석으로 늘고 우리는 95석으로 준다. 비례대표 의석을 팔아먹더라도 자신들의 의석만 팔아먹으면 되지, 왜 자유한국당 의석을 강탈해서 팔아먹으려는 것인가. 이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 절도다”라고 주장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를 인용했다.

같은 날 나경원 원내대표 또한 “오늘 아침 조선일보의 분석은 한마디로 20대 득표율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19대 득표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정의당이 내년 선거에서 교섭단체가 된다고 본다”며 “대한민국이 좌경화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공생’은 △탈원전 △공영방송 등 다양한 이슈에서 이뤄지고 있다. 조선일보가 자유한국당의 ‘무기제조창’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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