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지면의 본문 활자를 키웠다. 중앙일보는 18일자 2면 “중앙일보가 또 한번 달라집니다”라는 제목의 사고(社告)로 “오늘부터 모든 지면의 본문 활자가 10.8포인트로 확대된다”고 전했다.

기존 활자 크기는 10.2포인트였는데 5% 가령 키워 글자가 선명해지도록 하는 방침이다. 중앙은 글줄 간격도 5.7% 가량 넓어진다며 “독자들이 더 쉽고 편안하게 읽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신문 지면의 활자 크기는 신문에 담을 정보량과 관련돼 있다. 글자를 키우면 가독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정보량이 줄어 기자와 신문 제작 인력에겐 큰 변화다.

지난 1983년 중앙일보는 “그동안 신문활자가 보다 커져야 한다는 독자들의 소리가 있어 면밀한 연구·조사작업을 진행했읍니다만, 현재 하루 12면으로 지면이 제한돼 있는 상황아래서 폭주하는 정보량을 희생하면서까지 활자의 몸체를 키우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대신 읽기 쉬운 활자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과거 신문에서 정보를 획득하는 게 절대적이었다는 점에서 활자 크기를 늘리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활자 크기를 늘려 가독성을 높이면서도 정보량은 줄지 않은 경계선을 찾는 게 지면 신문의 고민이었는데 이번 중앙의 활자크기 조정은 오히려 신문의 정보량을 줄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사양 산업이 된 신문의 사정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3월 18일자 중앙일보
▲ 3월 18일자 중앙일보

이미 중앙일보는 지난 2010년 신문 지면을 베를리너판으로 바꿨다. 판 전환 후 1면 기사 수는 기존 4개에서 2~3개로 줄어들었다. 당시 중앙의 베를리너판 변형을 두고 “디지털 세대를 열독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신문의 노력”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활자 크기 조정도 젊은 세대들이 신문을 잘 보지 않는 상황에서 신문의 주요 타깃층을 중장년층에 맞춰 서비스하겠다는 전략으로도 이해된다. 대신 많은 정보는 디지털 신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중앙은 지난해 말부터 디지털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신설된 신문제작본부가 종이신문 제작을 전담하는데 논설위원실과 칼럼니스트가 주축이 돼 지면을 짠다. 데일리 뉴스는 취재기자들이 출고한 디지털 기사를 가지고 콘텐츠제작에디터가 재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취재 기자들은 지면 마감 없이 디지털 기사를 먼저 출고하도록 하고 있다.

한 일간지 디자인팀 관계자는 “기존 신문 지면의 활자가 커지는 추세다. 활자 크기를 키우면 행간과 자간을 조정해 최적화된 상태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쉬운 작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신문 구독자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독 연령대가 높아지고 거기에 주 타깃을 맞추기 위해 가독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많은 정보량을 스마트하게 단문으로 전송하는 추세인데 지면에서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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