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진영을 막론하고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해온 가운데 공공병원의 상징과 같은 서울대병원의 영리 사업 시도 또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의료공공성의 보루인 국내 최대규모 국립대학병원의 영리목적 움직임에 병원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서울대병원의 대표 의료영리화 사업은 ‘영리자회사’다. 이명박 정부 이래 서울대병원은 법제 안팎에서 영리 목적 자회사와 출자회사를 세웠다. 이동통신사와 합작해 만든 ‘융합의료 서비스’ 업체는 누적 적자로 해산에 직면했지만 문재인정부가 소생시키려 애쓰고 있다. 환자 의료정보시스템 공급 업체는 정부의 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힘입어 상장을 앞두고 있다.

‘헬스커넥트’ 원격의료 소지에 해산 직면, 文정부 측면 지원

서울대병원은 2011년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합작해 ‘헬스커넥트’를 세웠다. 서울대병원이 50.5% 지분을, SK가 49.5%(150억원)를 투자했다. 서울대병원은 현금 출자하지 않고, 보유한 환자정보 시스템과 ‘서울대병원’이라는 브랜드를 내주는 것으로 갈음했다. 이들은 원격진료를 기반으로 한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헬스온’을 출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각종 IT 접목 의료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은 원격의료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이명박 정부 이래 역대 정부가 원격의료 허용을 적극 추진했지만, 여론과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히자 사업 전망은 점차 나빠졌다. 이에 원격의료 허용을 핵심 전제로 한 헬스온 사업도 알맹이가 사라졌다. 헬스커넥트 설립 이래 적자 폭은 해마다 커져 회사 안팎에서 해산을 논의하기 이르렀다.

▲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투자한 IT의료 융합서비스업체 헬스커넥트 로고.
▲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투자한 IT의료 융합서비스업체 헬스커넥트 로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4년 서울대병원이 영리자회사 헬스커넥트를 설립·운영하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국정감사에서 헬스커넥트의 불확실한 사업내용과 자본잠식을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지난해 3월 헬스커넥트 해산을 포함한 종합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반전을 맞았다. 정부는 보건의료분야를 주요 ‘일자리 창출’ 영역으로 여기고 규제 완화에 나섰다. 정부‧여당은 2018년 9월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보건복지부와 수출입은행이 출자해 조성한 해외 사모펀드가 헬스커넥트에 170억 투자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도 받았다.

환자정보 다루는 ‘이지케어텍’ 이달 상장 “영리추구 우려”

서울대병원이 출자한 또다른 회사는 환자 의료정보 시스템 업체인 ‘이지케어텍’이다. 서울대병원이 44.6%, 산업은행이 6.9%, 서울대병원 교수 등 기타 개인이 4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대다수 병원이 환자 의료기록 전산시스템으로 이지케어텍을 사용하고 있다.

이지케어텍은 병원 영리자회사 최초로 오는 22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이지케어텍에 출자하고, 이 회사가 상장될 경우 본연의 임무인 의료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서울대병원 교수들과 그 일가족 77명이 현재 회사의 비상장주를 대거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더한다.

▲ 서울대병원이 44.6% 출자한 환자 의료정보시스템 제공업체 이지케어텍 웹사이트 갈무리.
▲ 서울대병원이 44.6% 출자한 환자 의료정보시스템 제공업체 이지케어텍 웹사이트 갈무리.

개인 정보 보호 문제도 불거진다. 이지케어텍은 모든 환자 정보를 병원 외부 클라우드에 넣고, 고객 병원들과 이를 공유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시범 추진하는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과도 맞닿아있다. 이 사업에 삼성의료재단 등 7개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환자 개인 동의 없이 병원장 동의만으로 추진돼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문제 제기한 바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이사진은 지난해 이지케어텍 상장을 추진하며 “비영리법인인 서울대병원의 자회사로서 IPO(기업공개) 후에도 공공성과 수익성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헬스커넥트 대표이사는 회사 출범 당시 “정보기술 융합 헬스케어는 예방관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민 복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내 노동조합은 이같은 의료영리화 시도가 서울대병원의 의료공공성을 해칠 뿐더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김태엽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원격의료와 빅데이터 사업이 이뤄지면 스타트업 업체가 생겨 일자리가 만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모순”이라면서 “원격의료로 환자 상태를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는 점을 차지하고도, 실제로 활성화된다면 지방병원은 시들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사업을 두고도 환자 정보로 영리 추구에 적합한 시스템을 만든다며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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