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UN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 대변인 역할을 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를 더불어민주당이 비판하자 아시안 아메리칸 기자협회(Asian American Journalists Association) 아시아지부가 우려를 표했다.

아시안 아메리칸 기자협회에는 블룸버그통신 기자들도 협회원으로 포함돼 있다.

앞서 지난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더 이상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발언해 논란이 컸다.

나 원내대표가 인용한 표현은 블룸버그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 UN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되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것이다. 이 보도를 한 블룸버그 기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매국 논란’도 일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해당 기사를 두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강하게 비판했다.

▲ 아시아 아메리칸 기자협회 아시아지부 로고.
▲ 아시아 아메리칸 기자협회 아시아지부 로고.
아시안 아메리칸 기자협회(이하 AAJA) 아시아지부와 산하기관 서울지부는 18일 성명을 통해 “언론인에게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협박 및 위협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런 위협들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자에게 보장돼야 하는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침해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단체는 민주당이 기사를 작성한 블룸버그 기자 이력과 외신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을 우려하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기자 개인에게 가해지는 인신 공격적 비판에 명백히 유감을 표한다. 해당 기자가 신변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AJA 아시아지부는 더불어민주당 논평 가운데 블룸버그 기자를 ‘검은 머리 외신’이라고 칭한 부분도 비판했다.

이들은 “블룸버그 기사를 둘러싼 논란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외신에 대한 오해를 명백히 드러냈다”며 “일부에서는 해당 기자를 ‘검은 머리 외신 기자’라 표현했는데 이 표현은 한국 기자가 외국 언론사 소속으로 취재 활동을 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함의가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신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해외에서 파견된 외국인 특파원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외신 보도는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화에 정통한 자국 출신 기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외신에 소속된 한국인 기자들은 자국에 대한 국제 언론 보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AAJA 아시아지부는 “기자 국적을 빌미 삼아 외신 보도를 깎아내리는 행태와 외신은 외국인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편견에 다시 한 번 유감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13일 논평.
▲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13일 논평.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3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제의 발언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논평에서 블룸버그 기자를 비판한 뒤 14일 논평에서도 “소위 ‘검은 머리 외신’을 인용한 나경원 원내대표에 이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한술 더 떴다. 황 대표는 뉴욕타임스에서 더 심하게 문 대통령을 ‘에이전트’라고 불렀다며 나 원내대표를 두둔했으나 그 기사 역시 한국인 외신 주재원이 쓴 ‘검은 머리 외신’ 기사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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