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이 복잡하다. 애초 임명 당시 이례적으로 국토부 노동조합이 최 장관 후보 임명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할 만큼 문제가 없는 소통형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동산정책 수장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8일 최정호 후보자를 임명했다. 당시 대부분 언론은 그의 임명 사실을 전달하는데 그쳤는데 한겨레는 특별히 그를 “국토부에서 30여년 공직 소통의 달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보도했다.

임명 후 별탈 없이 순항하던 최정호 후보자에게 일이 생긴 건 지난 14일 조선일보가 후보자 내정 직전 딸에게 자신의 아파트를 증여하고 그 집에 월세로 살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다.

조선일보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직전 자신이 20년 이상 보유하던 분당의 아파트를 딸과 사위에게 증여하고, 자신은 월세로 그 집에 들어간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최 후보자는 또 2004년 분당 아파트를 보유한 상태에서 배우자 명의로 재건축을 앞둔 서울 잠실주공 아파트 조합원 권리를 산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세종시에도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 후보자의 재산 등 청문자료를 분석해 조선일보는 최 후보자가 다주택자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자녀에게 아파트를 편법 증여하고 투기성 아파트 매매를 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부동산 정책 수장에 다주택자와 꼼수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도덕적 해이 측면에서 국민 정서와 크게 반하는 내용이다. 부동산 정책의 힘은 정당성에서 시작하는데 수장 마저도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한다면 탄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 연합뉴스
▲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 연합뉴스
조선일보 보도는 최정호 후보자에 치명타다. 보도 이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주요 일간지의 최정호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분석한 결과 보수성향과 진보성향 신문의 보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겨레와 경향은 최 후보자의 문제를 지적하긴 했지만 조선일보 그 이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15일자 “인사청문회 3개의 뇌관, 정권 흔든다”, 17일자 사설 “의혹투성이 장관 후보자들, 청문회서 부적격자 걸러내라” 등에서 최 후보자를 언급했다. 다른 장관 후보자 문제를 열거해 최 후보자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다.,

한겨레는 15일자 “최정호, 딸에게 아파트 증여 뒤 월세 계약” 그리고 같은날 사설 “다주택자를 굳이 국토부 장관에 지명해야 했나” 등에서 최정호 후보자의 투기 의혹을 다뤘다.

반면, 조선일보는 14일 최정호 후보자의 편법 증여 문제를 보도하고 난 뒤 15일 “최정호, 부동산으로 12억~14억원 차익” 보도와 “다주택자와 전쟁한다며 국토부 장관은 3주택자라”라는 사설을 실었다. 주말을 지나 18일엔 조선일보 정상진 산업부 1차장이 “최정호 후보자의 기막힌 투자”라는 칼럼을 통해 “보통 두 채 중 한 채를 정리할 때는 거주하지 않는 것을 택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자기가 살던 분당 집을 택했다. 방법은 매각 대신 딸과 사위에게 절반씩 증여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라는 난관까지 피하고 이사도 하지 않는 묘수(妙手)였다. ‘똘똘한 한채 집중’과 ‘세(稅)테크’를 결합한 것이다. 이 투자의 귀재가 이제 집값 전쟁의 수장(首長)이 되려 한다. 주택 투자자들은 이 대목에서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라고 비판했다.

19일에도 조선일보는 최정호 후보자의 청문 답변 자료를 분석해 “실거주 안할 재건축 사서 10여억원 번 최정호 ‘과도한 개발 이익 안돼’”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조선은 “최 후보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에 대해서는 ‘실수요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면서 “그는 분당 자택 외에 소유한 잠실엘스 아파트를 전세 놓고 있는데, 2016년 5억3000만원이던 보증금을 7억1000만원으로 올렸고, 이 기간 세종시 펜트하우스를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아 계약금·중도금 4억1000만원을 냈다. 이 펜트하우스 시세 차익만 최근 기준 2억~4억원으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정책 소신과 최 후보자의 행보가 정반대라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또한 “청와대 이미 장관 후보자 비리 알고 있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을 문제 삼아 최정호 후보자를 임명한 청와대의 인식이 대중 정서와 멀어져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역시 최정호 후보자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동아는 15일자 “집값 잡겠다는 국토부에서 ‘아파트 쇼핑’한 장관 후보자”라는 사설을 낸데 이어 16일 “최정호, 분양받은 공무원 아파트 웃돈 7억” 기사를 냈다. 그리고 18일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는 “지금까지 이런 장관후보는 없었다”라는 사설에서 “정치인 출신 국토부 장관이 ‘계속 오르는 집값을 이대로 두면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가질 수 없다’며 사는 집 아니면 좀 파시라고 강조한 게 2017년 8월이었다. 작년까지 전북 정무부지사이던 최 후보자는 한 번도 살지 않은 잠실엘스(59.97m²)가 13억 원을 오르내리는데도 팔지 않았다. 2016년 말 공무원 특별분양받은 복층 펜트하우스는 완공도 안 됐는데 웃돈이 7억 원 넘게 붙어 공무원 아닌 국민을 배 아프게 한다”고 매섭게 질타했다.

▲ 3월18일 동아일보 김순덕 기자 칼럼.
▲ 3월18일 동아일보 김순덕 기자 칼럼.

김순덕 기자는 “아무리 좌파정권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해도 공무원은 달라야 한다. 정책을 내놓으면 솔선수범은 못 해도 어기진 말아야 하고, 못 지킬 정책은 막아내야 책임 있는 관료다”라고 꼬집었다.

최정호 후보자의 의혹은 오는 25일 예정된 청문회 직전까지도 계속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주로 도덕성 측면에서 부동산 정책 수장 자격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또 다른 부동산 문제가 불거질 경우 비난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소득 수준과 주택가격을 감안한 우리나라의 주택 구입 부담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다소 높다”고 밝혔다. 또한 최 후보자는 “주택시장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정책기조의 일관된 추진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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